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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둔덕에 무리한 운항...제주항공 참사, 인재 아닌가

입력
2024.12.31 00:10
27면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결국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이 하나둘 제기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제대로 된 정비가 쉽지 않을 만큼 쉴 새 없이 운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무안국제공항 인프라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정은 지켰다”는 걸로 비켜갈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이번 참사는 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고장이 원인이었다고 해도 랜딩기어(착륙 바퀴)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수동 작동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의문을 더한다. 심지어 참사 하루 뒤인 어제 오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같은 항공사 동일 기종(B737-800)이라는 점에서 어딘가 크게 구멍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가동률을 한계치로 끌어올리면서 점검·정비 부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 사고 여객기는 참사 전날 하루에만 4개국의 4개 도시를 운항했다. 착륙과 이륙 간격은 대체로 1시간 안팎이었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정비시간(28분)을 간신히 채웠다는 얘기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월평균 운항시간(418시간)은 다른 항공사보다 최소 40시간, 많게는 80시간 길다.

무안국제공항의 인프라도 짚어봐야 한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하다 활주로 끝단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의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혔다. 만일을 대비해 비행기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구조로 설치하는 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이다.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 위치에 둔덕이 있다는 건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철새 도래지로 둘러싸인 공항임에도 조류 퇴치 인력은 단 4명에 불과하고 심지어 참사 당일엔 2명만 근무를 했다고도 한다. 조류 탐지레이더 등의 안전설비조차 한 대 없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인을 하나로 몰아가는 건 섣부르지만, 항공사고는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규정을 지켰는데도 사고가 났다면 규정을 손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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