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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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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뚜벅뚜벅, 사뿐사뿐, 성큼성큼, 터벅터벅, 아장아장…. 늘 같은 속도, 같은 보폭으로 걷는 이는 드물 게다. 시간에 쫓길 땐 바닥을 세게 구르며 빨리 걷게 된다. 퉁퉁걸음이다. 마음이 급하니 걸음나비도 좁아지고 발을 빠르게 내디딘다. 잰걸음 종종걸음 동동걸음이다. 맘 맞는 사람과 풍경 좋은 길을 걸을 땐 걸음새가 달라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밤발밤 걷게 된다. 산속 작은 벌레들이 놀라지 않게 발끝만 땅에 디디며 가만가만히 걷기도 한다. 발끝걸음이다.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걷는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몸이 오싹한다. 뚜벅뚜벅 걷는 이도 있고, 힘없이 느릿느릿 터벅터벅 걷는 이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숨을 몰아 쉬지 않고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허풍이 잔뜩 들어 건들건들 걷는 건달도,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걷는 술꾼도 있어야 세상 사는 이야기가 넘쳐날 게다.
빠른 걸음, 느린 걸음이 모여 길을 만든다. 길을 잃어도 걱정 없다. 걷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으니까. 내 발자국이 뒷사람에게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길에선 발소리,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야 한다. 불현듯 발길의 줄임말이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 걸음새는 웃음을 부른다. 동물 모습에서 따온 게 많기 때문이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으면 황새걸음, 노루처럼 겅중겅중 뛰듯이 걷는 건 노루걸음이다. 다리 짧은 내가 부러워하는 걸음이다. 가랑이가 찢어질 게 뻔해 따라 하진 못한다. 어디 이뿐인가. 옆으로 걷는 게걸음, 뒷걸음질하는 가재걸음, 느릿느릿 거북이걸음, 가는 듯 마는 듯 달팽이걸음, 뒤뚱뒤뚱 오리걸음, 두 발 모아 팔짝팔짝 까치걸음….
마음이 읽히는 걸음도 있다. 초조한 마음으로 둘레를 살피며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걷는 쥐걸음이다. 쥐걸음은 '걷다'보다는 '치다'와 잘 어울린다.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옮겨 디디는 걸음은 자국걸음인데, 말만으로도 왠지 긴장돼 주먹을 꼭 쥐게 된다.
세상이 어지러워 뚝심이 필요할 땐, 황소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야 한다. 팔을 홰홰 내저으면 더 오래 꿋꿋하게 걸을 수 있다. 재게 걷는 불걸음, 뛰듯이 걷는 뜀걸음, 화살의 속도인 살걸음은 빠른 만큼 쉬이 지칠 테니까.
의미 없는 걸음은 없다. 제자리걸음 헛걸음 뒷걸음도 걷다 보면 가고 싶은 곳에 닿는다. 누군가는 걸으며 아픔을 날리고, 다른 누군가는 걷는 내내 꿈을 꿀 것이다. 2025년 새로운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 위에 선 당신을 응원한다. 활짝 웃으며 힘차게 걸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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