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57분 조류 충돌 경고, 9시 3분 사고"... 제주항공 '6분의 비극'

국토부 "경고, 메이데이, 사고까지 6분"
무안공항 활주로, 1월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 주변에서 소방 당국이 숨진 탑승객들을 수습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제주항공 2216편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경고를 받은 지 6분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종을 모두 수거해 구체적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가 모두 수거돼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FDR는 항공기의 고도, 속도, 방향 등 비행 데이터를 기록해 이를 통해 기계적 상태나 궤적을 파악할 수 있고, CVR에는 조종사와 관제사 간 교신 내용이 담겨 있어 사고 당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국토부는 현재로선 관제사가 사고기 조종사에게 조류 충돌 경고를 보내고 6분 뒤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 54분에 사고기에 대한 관제탑의 착륙 허가가 있었고 8시 57분에 조류 이동 주의 조언이 있었다"며 "이후 8시 59분에 조종사의 '메이데이(조난 신호)' 요청이 있은 후 9시 3분에 최종 충돌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를 찍은 동영상에 일부 상황이 보이긴 하지만 FDR로 구체적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제탑 경고 후 사고기는 복행(정상 착륙 불가 시 다시 이륙)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01번 방향)의 반대인 19번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안전시설과 담벼락을 차례로 추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류 충돌로 인해 조종의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며 "기체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1차 복행이 완전히 안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1월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사고 원인 조사는 짧아도 6개월 길게는 3년씩 걸리기도 한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됐고 중요 부품과 장비와 관련한 자문을 받는 과정도 필요해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