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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독일 극우 정당에 "마지막 희망"… 총선 앞둔 독일 정치 개입 '노골화'

입력
2024.12.29 16:20
수정
2024.12.29 1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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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최측근' 머스크, 독일 언론에 기고문
"AfD를 극우로 분류하는 건 잘못" 지지 표명
언론계 '동요', 정당들 '발끈', 독일 사회 '발칵'

일론 머스크(가운데)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내부를 걷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운데)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내부를 걷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독일을 구할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며 대놓고 극찬을 쏟아낸 것이다. 독일이 내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독일 정치에 대한 노골적 개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 "AfD, 올바른 입장 가진 정당"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슈프링어 소속 주간지 '벨트암존탁'에는 이날 'AfD 지지'를 표명하는 머스크 명의의 기고문이 실렸다. 머스크는 이 글에서 "독일의 미래는 경제적·문화적으로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 뒤, "AfD는 독일이 과거의 그림자로 남는 것을 막고, 용감한 변화의 길을 열며, 현실주의에 전념하는, 올바른 입장을 가진 당"이라고 밝혔다. AfD는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 친(親)러시아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AfD의 이민·난민 적대 정책에 대해서도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독일이 세계화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AfD를 극우로 분류하는 건 잘못"이라고도 단정했다.

독일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처가 '극우 단체로 의심된다'고 규정한 AfD를, 독일·유럽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공개 지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州)에서 '테슬라 유럽 제조 거점'인 '기가 팩토리 베를린'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3일 베를린 벨뷰궁에서 연례 크리스마스 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그는 27일 의회를 해산하고, 2025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베를린=AP 뉴시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3일 베를린 벨뷰궁에서 연례 크리스마스 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그는 27일 의회를 해산하고, 2025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베를린=AP 뉴시스


"독일 정치 지형 바꾸려"... 머스크에 비판 ↑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머스크는 다음 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내정되는 등 '트럼프 진영 내 최고 실세'로 평가된다. 이를 고려하면 AfD 공개 지지는 머스크, 나아가 '트럼프 2기 미국'의 독일 정치 개입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20일에도 엑스(X)에 "오직 AfD만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초에는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으로 구성된 독일 연립정부 붕괴 시 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바보"라는 조롱까지 보냈다.

AfD를 제외한 독일 정당들은 일제히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마티아스 미에르쉬 SPD 사무총장은 "외국 억만장자들이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당을 지지하며 우리의 정치적 지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계도 크게 동요했다. 당장 벨트암존탁의 오피니언 담당 편집장은 머스크의 기고문 게재에 반발해 사임했다. 독일언론인협회(DJV)는 "악셀슈프링어가 머스크에게 AfD 광고를 위한 무료 이용권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유럽 내 정치적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머스크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7일에도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 만나 힘을 실어 줬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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