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용산 집무실'을 어찌할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단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3월 당선 열흘 만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내놓은 말이었다. 공사가 채 완료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이었으나 기어이 그 약속을 지켰다. 그해 5월 10일 임기 첫날 일정을 소화한 곳은 2층 주 집무실이 아닌 5층 보조 집무실이었다.
□ ‘5년 세입자’가 제멋대로 집을 옮기는 바람에 그 부담은 집주인(국민)이 떠안았다. 용산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들어가고,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옮기고, 합참은 다시 남태령으로 이전하는 연쇄 이동이었다. 대통령실은 이전 비용 497억 원을 말했지만 턱없는 수치였다. 더불어민주당 추산으로는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관저 역시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낙점하면서 장관은 졸지에 집을 잃었다. 하지만 그 또한 옛 대통령비서실장 관저로 이사를 가더니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궁정동 옛 경호처장 관저로 옮기는 ‘관저 쇼핑’을 즐겼다.
□ 온전히 용산으로 이전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2일부터 지난 8월 14일까지 622일 중 청와대 영빈관 사용신청이 무려 180일이었다. 열흘 중 사흘꼴이다. 대부분 대통령실 행사 요청이었다고 한다. 단 하루도 못 살겠다고 뛰쳐나오고선 여의찮으니 ‘1가구 2주택’으로 이용해 온 셈이다. 논란도 많았다.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후원 업체가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출근이 늦을 때마다 한남동 관저에서 가짜 출근 행렬을 보내는 것도 잦았다고 한다.
□ 차기 대선이 치러지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용산 집무실을 계속 사용하는 게 탐탁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집무실’이라는 부정적 꼬리표 때문만은 아니다. 청와대보다 나은 장점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청와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청와대로의 재이전도 만만치는 않다. 비용도 비용이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집무실을 바꾸느냐는 논란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언제 개방된 문이 닫힐지 모르니, 미뤄뒀던 청와대 관람은 서두르는 게 좋겠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