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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정치, 치솟는 환율에... 기업 체감경기 도로 팬데믹 수준

입력
2024.12.27 14:00
수정
2024.12.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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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 2020년 9월 이후 최저
소비 위축 등으로 1월 전망도 '암울'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이 사람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이 사람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확대된 정치 불확실성과 높아진 환율, 수출 여건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 체감 경기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로 되돌아간 수준이다.

27일 한국은행은 ‘1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 자료를 내고,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가 전월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8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9월 83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하락 폭은 지난해 1월(5.6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값이 100에 미치지 못하면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모두 나빠졌다. 제조업 CBSI는 86.9로 11월보다 3.7포인트 떨어졌다. 업황과 자금사정 기여도가 각각 1.3포인트씩 지수를 끌어내렸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CBSI는 채산성과 자금사정을 중심으로 총 5포인트 하락한 87.1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CBSI 낙폭은 각각 2022년 9월(5.6포인트), 지난해 10월(7.4포인트) 이후 최대였다.

기업 체감경기가 나빠진 배경에 대해 황희진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애로를 겪는 부분이 화학·자동차 등 업종의 응답에 반영된 것 같다”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나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도 여전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제조업 경영 애로사항 중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환율’ 비중은 25.2%, 7.6%로 한 달 사이 7%포인트, 0.9%포인트씩 늘었다.

다음 달 전망도 암울하다. 1월 CBSI 전망치는 전 산업(82.4)과 제조업(85.2), 비제조업(80.3) 모두 각각 7.3포인트, 3.7포인트, 10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비제조업이 2020년 4월(-23.5포인트)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황 팀장은 “이달 초 비상계엄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환율이 오른 것이 비제조업 심리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18일까지였던 조사 기간 특성상 탄핵안 가결 이후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불확실한 상황이 다음 달 전망에 좀 더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전월보다 9.6포인트 급락한 83.1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20년 3월(-21.2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악화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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