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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 많이 듣던 "부당한 지시라 소극적 항명"… 면죄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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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계엄군 지휘관들이 "상관의 명령이 부당해 소극적이나마 항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인은 명령을 불복하면 항명죄로 처벌받지만, 위법한 지시를 따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소극적 항명'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사전에 명령 내용과 의도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법원 판례상 명령이 명백히 불법한 내용이 아니라면 하급자는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복종해야 한다. 정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군형법 44조에 따라 항명죄로 처벌된다. 문제는 정당한 명령의 기준이다.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선 명백히 위법하거나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로만 규정돼 있어 기계적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몇몇 지휘관들은 내란죄와 항명죄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법정에선 ①명령이 부당했는지 ②지휘관들이 명령 의도를 얼마나 알았는지 ③알고도 따랐는지 등을 따져 책임 유무와 정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선포돼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설사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국회 봉쇄 지시는 권한을 벗어난 게 명백해 정당한 명령이 아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국회의원들이 150명 넘으면 안 되니 막아라'는 상부 지시에 "무리수를 둘 수 없다"며 항명했다고 주장한다.
위법한 지시를 따르면 안 된다는 것은 직무상 복종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게도 적용된다. 대법원은 1988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대공수사단 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상관에 절대 복종하는 게 불문율인 대공수사단이라도 불법한 명령은 직무상 지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관은 범죄행위를 지시할 직권이 없고 하급자도 따라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밖에 민간인 사찰이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불법적 지시를 따른 하급 공무원들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현장 병력을 통솔한 일선 지휘관들의 경우에는 부당한 지시인 줄 알고 불복했거나 지시 의도를 잘 몰라 복종했다면 항명죄와 내란죄 모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내란죄에 동조한 부화수행(줏대 없이 다른 사람 주장에 따라서 행동함) 혐의를 적용하려고 해도 하급자가 상관의 목적을 인지했어야 성립한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당한 명령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사령관 3인방'은 항명 정도와 무관하게 내란법상 중요임무 종사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에서도 대법원은 당시 계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내란 혐의를 인정했다. 위법한 명령임을 알고도 병력 투입 등을 지시해 내란 의사를 공유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중의 박경수 변호사는 "장성급 이상은 평소 훈련을 통해 3일 밤 상황이 전시가 아니란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무조건 불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소극적 항명 정도로는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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