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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 곳곳이 지뢰밭…정부와 여야, 대책 없는 악순환

입력
2024.12.23 04:30
수정
2024.12.23 10: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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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지갑, 주저앉는 경제]
<상> 울부짖는 상인들
올해 초 내수 부진 뚜렷했지만, 내수 못 잡아
트럼프 2기 출범, 불법계엄에 소비 심리 최악
탄핵, 정책 추진 동력 약화에 대안 도출 어려워

지난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지만, 민간소비 둔화와 건설투자 부진 등 분야별로 속도 차이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의 일부다. 연초부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건 내수다. 윤석열 정부는 수출 호조세를 근거로 '경제 낙관론'을 펴면서도 민간소비의 둔화는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내수 회복에는 결국 실패했다.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니, 12월에는 급기야 불법계엄 사태까지 발생했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내수 심리는 더 꽁꽁 얼어버렸다. 불법계엄 사태 이후 13일 발표한 '그린북 12월호'에서 정부는 뒤늦게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드러냈다. 내수 부진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뒤늦게 소비 침체를 인정한 정부는 처음으로 '경제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탄핵 정국에 소비 심리 위축

실제 내수 관련 거시경제 지표는 좋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했다.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는데, 8개월째 연속 감소세다. 내수 부문의 '아픈 손가락'인 건설업 생산이 4.0% 줄며 전체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건설업 부진 탓에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 지표가 전월 대비 4.0% 감소하며 6개월째 내리막을 걸었다. 이런 탓에 설비투자는 5.8%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래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문제는 앞으로다.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소비 심리는 더 위축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소비 심리 위축을 우려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소비 지표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016년 12월 국회에서 가결되고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한 사이 소매판매액지수는 97.0(2016년 4분기)에서 89.7(2017년 1분기)로 뚝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2016년 10월 102.7에서 다음 해 1월 93.3까지 추락했다가 헌재의 파면 선고 뒤인 4월에야 101.8로 회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환율 상승 위기…"대책이 안 보인다"

지금은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수출품에 '관세 폭탄'은 피할 수 없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흔들릴 테고 내수 부진은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환율 상승도 문제다. 앞서 19일 1,450원대까지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을 이어가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갑에서 돈 꺼내는 게 무서워질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대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여야가 내수 부진 대책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여야 대립 속에 야당은 감액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고, 추가경정예산 등을 논의할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참여 인사의 지위부터 이견을 보이면서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현시점에 추경에는 선을 긋고 있어 언제 돈이 풀릴지 미지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환율 탓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망설일 수밖에 없고, 돈을 풀어도 기업이 실제 투자에 나설 확률이 크지 않아 내수를 살릴 대책이 꽉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세종= 이유지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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