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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후 임신중지 종용… 일본, 동남아 실습생 인권 침해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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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기능실습생 인권 침해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고용주로부터 반복적인 성학대를 당하고 임신까지 한 동남아 여성이 가해자를 직접 고소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쉽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탓에 ‘현대판 노예 제도’라는 오명이 붙은 실습생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일본에서 실습생으로 일해 온 캄보디아 여성 A(23)씨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치기현 딸기 농장 관리자 B(58)씨를 상대로 8,000만 엔(약 7억5,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도쿄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B씨가 2022년 12월~지난해 4월 거의 매일 자신을 성폭행했으며, '거부하면 본국으로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 1월 임신 사실을 알리자 임신중지(낙태)를 강요했고, 수술 후에도 성폭행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해 A씨가 B씨를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1년여 만인 16일, A씨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서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그러자 농장에서 일하는 다른 캄보디아 여성 2명도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B씨는 NHK방송 등에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을 뿐”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를 맡은 일본 인권변호사 이토 가즈코는 “외국인 실습생 대부분은 일본에 입국하려 상당한 빚을 졌다”라며 “(A씨 사례는) 취약한 상황을 악용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능실습생은 일본이 1993년부터 30년 넘게 운용하는 해외 저숙련 노동자 채용 창구다. 개발도상국 출신에게 기술을 이전해 주고 향후 모국에서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절벽에 처한 일본이 동남아 출신 노동자를 싼값에 부려먹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지난해 일본 내 외국인 실습생은 약 51만 명으로, 절반(6월 기준) 정도가 캄보디아 출신이고 나머지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왔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급여는 물론 고용주의 폭력과 성범죄 등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페이 도리 일본 이주자연대 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실습생은 (일본에서) 인간이 아닌 노동자로 여겨진다”며 “특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여성은 성희롱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임금 미지급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는 경우도 잦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습생 신분으로 일본에 입국한 동남아인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문제도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 출입국관리청은 지난해 사전 통보 없이 사라진 외국인 실습생이 9,75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지난 9월 밝혔다. 실종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베트남(5,481명)이었고, 미얀마(1,765명)와 중국(816명)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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