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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통일 독트린' 용도 폐기 수순… "대북정책 원점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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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통일 구상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내용을 담았던 ‘8·15 통일 독트린’이 대내외 환경 급변으로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 우선 국내에서는 새 구상을 제시한 윤 대통령은 물론 이를 실행에 옮길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수사대상에 올라 추진 동력을 잃었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고려하면 공세 일로였던 대북 정책 방향 재검토도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연말까지 예정됐던 통일부 장·차관의 북한인권 관련 대외 일정은 대부분 취소됐다. 지난 9일 개최 예정이었던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세미나' 등 정부 주도의 굵직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오는 23일 미국인권재단(HRF) 행사를 계기로 추진됐던 김 장관과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대화 일정도 최근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 목소리는 꾸준하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20년 연속 채택됐다. 올해는 특히 "북한이 한국과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산가족을 포함해 북한 인권 상황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는 내용이 처음 담겼다. 국제사회의 설득과 압박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정작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 정부 차원의 대내외 움직임은 모두 멈춘 셈이다.
정부 안팎에선 '윤석열표 통일 구상'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일부 내부에서도 “최소한 (통일 독트린에 대한) ‘톤 다운’은 불가피한 상태”라거나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정은 정권을 자극하는 통일 독트린이 ‘계엄 포석 마련을 위한 로드맵’ 아니냐는 야권 비판이 흘러나온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통일 독트린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국제사회 방향성과 결이 달랐던 '태생적 한계'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겉으론 북한 주민들의 인권 향상을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과 대화를 건너뛰고 주민의 자유 열망을 자극해 남한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라며 "심각한 남북 갈등과 긴장이 전제돼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가 추진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천명한 만큼, 우리 정부도 공세적 통일 구상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구상을 지지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또한 퇴장했다”며 “트럼프 당선자가 우리보다 한발 앞선 (북미 대화를 통해)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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