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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파이터' 1위 최호종 "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입력
2024.12.18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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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부족해 6시간 동안 연습하던 남자의 반전
방송 초부터 탁월한 기량으로 '무용의 신' 별명
TV 경연 나선 이유는 "평정심 지키며 경쟁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홍보대사인 최호종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홍보대사인 최호종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권위 있는 동아무용콩쿠르에서 2014년부터 3년간 동상, 은상, 금상을 연이어 수상했고, 2017년 국립무용단에 최연소로 입단했다. 국립무용단 부수석까지 오르며 '더 룸' '호동' '사자의 서'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파격과 실험을 추구하는 무용단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SAL)'의 부예술감독이기도 하다.

한국무용수 최호종(30)은 무용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스타지만 뜻밖에도 최근 무용을 주제로 한 TV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 첫 회부터 압도적 실력으로 '무용신' '무용괴물' 등의 별칭을 얻은 그에게 대중이 열광한 것은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의 참가자 에드워드 리가 그랬듯 화려한 이력을 내려놓은 침착한 태도와 '명언'이라 할 만한 인상적 인터뷰 장면이 화제가 됐다.

2022년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에 출연한 최호종. 국립극장 제공

2022년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에 출연한 최호종. 국립극장 제공

프로그램 최종 1위에 올라 수상자들로 꾸려진 STF무용단의 수석무용수로 2년간 활동하게 된 최호종을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만났다.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는 확신이 없어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출연 후) 내가 무척 경쟁을 즐기는 사람임을 깨닫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평가 기준이 엄격해 스스로를 시험하는 태도로 (촬영에) 임했다"며 "여유를 잃지 않고 평정심을 지키며 순수예술을 하는 무용수들이 경쟁에 임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고 덧붙였다.

최호종은 경쟁의 압박 속에 평정심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나'로 무대에 오르지 않은 것"을 꼽았다. 그는 "무대라는 공간은 직관적 감상뿐 아니라 나중에 깨닫게 하는 사유의 힘이 있다"며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보다 실패하고 희생될지언정 좋은 선례를 남기고 떠나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내성적 성격인 그는 "평소엔 소극적이지만 캐릭터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무대에서 거리낌 없이 표현하게 된다"고도 했다.

엠넷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최호종. 엠넷 유튜브 캡처

엠넷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최호종. 엠넷 유튜브 캡처


"내 예술성, 아직 찾아가는 중"

무용수 최호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무용수 최호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나를 버리고 무대에선 오롯이 캐릭터로 임하는 최호종이 '무용의 신'으로 떠오른 또 다른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답게"다. 최호종은 무용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관심이 많지만 "대중의 시선부터 의식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는 "내 춤을 더 나답게 춤으로써 대중에게 인정받는 지점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경연 중에도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시도를 함으로써 재미를 느꼈고 그게 곧 생존 전략이 됐다"고 강조했다.

내성적 성격을 바꾸려 연극배우를 꿈꿨던 최호종은 류미진 연출가의 권유로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무용으로 진로를 틀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 또래 무용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량을 끌어올리려 6시간 동안 쉼 없이 춤만 추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6월 국립무용단에서 퇴단한 최호종은 무용수이자 동시대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안무가로도 본격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내 몸을 완전히 통제해 자유를 느끼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단계를 전성기로 보는데 아직 그 지점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 내가 추는 마지막 춤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죽을 때까지 춤을 추고 싶다는 의미죠. 지금은 전성기이기는커녕 슬럼프에 가까워요. 내가 가진 예술성을 아직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홍보대사인 최호종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홍보대사인 최호종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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