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로 '보증금 62억' 챙겨 도주한 부부, 미국서 잡혔다

전월세 세입자 90명 피해... 한미 공조로 도피 2년 만에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빌라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깡통 전세 사기 수법으로 대전 일대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2억 원을 받아 해외로 도주한 부부 전세 사기단이 국내로 송환됐다. 해외 도피한 지 27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올해 9월 미국에서 붙잡힌 피의자 A(45)·B(49)씨 부부를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대전 일대에서 무자본으로 금융권 대출과 전월세 세입자의 임차보증금만으로 다가구 주택 11채를 사들였다. 전형적인 깡통 전세 사기를 설계한 것으로, 세입자들에게는 "충분히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다"고 속였다. 이런 식으로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월세 세입자 90명에게 총 62억 원 상당 임차보증금을 받아 2022년 9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번 수사는 한미 양국 공조가 원만히 이뤄진 결과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 받고서 A씨 부부 추적에 나선 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HSI)와 외교보안국 서울지부(DSS),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공조채널을 가동했다. 올해 7월 A씨 부부 거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방 담당 기관인 집행·퇴거운영국(ERO)에 긴급 공조를 요청해 2개월간 잠복한 끝에 A씨 일당을 검거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전세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