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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쟁에 갇힌 고준위 특별법...원전 주민들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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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 후 핵연료 시설 포화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늘리려고 해 원전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은 사용 후 핵연료의 영구처분시설 처리 방안을 규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경북 울진군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한수원이 한울원전 부지에 사용 후 핵연료의 임시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지반조사에 들어가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희열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한수원이 한울원전에 짓는 건식저장시설은 임시저장시설이라고 하지만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 둘지 알 수 없다"며 "조만간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울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는 오는 2031년이면 더 이상 저장할 곳이 없다. 한수원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저장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부지 지반조사를 위해 울진군에 굴착신고를 했다.
울진군은 두 차례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결국 지난 6일 한수원의 신고서를 수리했다. 건식저장시설은 설계와 인허가·건설에 7년이 걸려 더 미룬다면 원전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군 원전에너지실 관계자는 "오랜 고민 끝에 관리 안전성 등 주민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상세히 알리도록 조건을 달아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도 마찬가지다. 한빛원전은 한울원전보다 1년 더 빠른 오는 2030년, 고리원전은 2032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다 찬다. 한수원은 두 곳 모두 건식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지반조사에 나섰고, 주민 수용성을 조건으로 굴착허가를 받았다.
원전 주민들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로 결성된 영광군 홍농읍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영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 굴착신고를 수리했다"며 영광군에 항의했다. 지난 10월에는 고리원전 인근 기장군 주민 등 1,200여 명이 궐기대회를 열어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고준위 특별법은 여야 갈등으로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여야 관계가 냉각되면서 관련 법안이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의원 5명이 재발의했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원전 소재 지자체 5곳은 공동 대응에 나선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특별법이 빨리 제정돼야 주민들도 믿음을 갖고, 앞으로의 대응과 계획 등을 세워 나갈 수 있는데 법안 자체가 심의도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를 열고 연대와 협력으로 조속한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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