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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는 이주노동자 없게' 지자체의 정보 요청에도 고용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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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가 (지붕을) 짓눌러서 물이 (실내로) 흘러들었어요. 정말 지내기가 힘들어요. 밤이 되면 점점 더 추워져요. 전기도 끊어졌어요. 무서워요. 사장님에게 다른 숙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지만, 온수가 없는 이 집에서도 쫓겨났어요. 짐 싸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사정했는데, 1시간도 안 돼서 쫓아냈어요. 이게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삶이에요. 이게 삶이야···."
경기 남부에 기록적 폭설이 내린 지난달 말, 용인시 한 농가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 비닐하우스 내 샌드위치패널 가설건축물 지붕이 폭설로 내려앉고, 집 곳곳에서 물이 떨어져 감전 위험까지 보인다. '코리안 드림'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실태는 금세 퍼져나가 조회수 61만 회를 기록했으나, 당사자는 지금 행방을 알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 '외국인 고용 농가 전수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연말이 되도록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가 숙소 점검을 위해 지역 내 이주노동자 정보 공유를 요청하자 고용부가 '개인정보'라며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10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도내 농어촌 사업장 관련 정보를 고용부에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경기도는 도내 외국인이 66만여 명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위고, 올해 7월 이민사회국을 신설해 이들에 대한 고용·주거·교육·복지 통합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도가 고용부 측에 정보 공유를 요청한 것도 자체적으로 도내 이주노동자 숙소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지자체의 '이주노동자 지원 강화'는 고용부도 바라던 바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2년간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예년의 두세 배로 대폭 늘리면서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와 체류 여건 개선을 위해 지자체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2023년 10월 17일 고용허가제 중앙·지방 협의회)고 밝혔다. 일각에서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고용부와 지자체 간 협업으로 지원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경기도 사례에서 보듯, 현실은 아직 기본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명단이 내부 지침상 비공개 정보고, 고용부도 농가 전수조사를 하다 보니 중복 점검은 필요치 않다고 봤다"고 거절 사유를 해명했다. 다만 "향후 지자체와 협력 필요성이 커 정보 공유 문제를 어떻게 풀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자체 조사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업 조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당초 이 조사는 올해 4월에 마칠 계획이었으나, 올해 내로 점검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는 20일은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 '누온 속헹'(당시 31세) 사망 4주기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해 4년 9개월 농장에서 일했던 그는 영하 18도 한파 속 난방시설도 없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머물다 동사했다.
고(故) 속헹 사망을 계기로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노동자 주거권 문제가 본격 공론화됐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 5명 중 1명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판잣집 같은 열악한 거처에 머무는 실정이다. 2020년 정부 설문 조사를 보면, 제조업이 아닌 농어촌 사업장의 경우 10명 중 7명(69.6%)꼴로 '집 아닌 집'에 산다.
고용부는 속헹 사망 후 이듬해인 2021년 1월 1일부터 '고용허가 신청 시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태조사나 점검도 이뤄졌다. 하지만 현장 활동가들이 보는 실태는 '정부가 문제 인식은 했지만 크게 바뀐 게 없고 여전히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속헹 사망 사건 이후 고용부가 전례 없이 빠르게 주거시설 기준 강화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지난 4년 동안 아주 부실하게 집행하는 틈을 타 여전히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시설물에서 머물게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며 "고용허가 신청 시 '숙소 제공'이 의무사항도 아니라서 '미제공'으로 서류에 적어두고 일단 허가를 받은 뒤 결국 불법시설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편법이 최근 새로 나타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는 "숙소 여건에 대한 기준과 관리도 없이 월급에서의 숙식비 원천 공제 가능 비율까지 정해놓은 고용부는 (외국인 노동자 착취) 방조자를 넘어 공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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