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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민간인 학살' 유족에 국가 배상 인정 "피해자에 엄격 증명 요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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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군인에게 학살당한 민간인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사망신고 기록이 부정확하더라도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자에게 엄격한 증명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국가가 충남 연기군에서 발생한 군인의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유족 최모씨에게 1억2,8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최근 선고했다. 최씨는 1950년 9월 28일 마을에 갑자기 쳐들어온 군인에게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군인들은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재판도 없이 집단 총살했다.
2010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연기군 희생 사건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족 측은 그러나 당시 진실화해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아버지는 진실화해위 결정문에 공동 피해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최씨 유족은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유족 측은 올 4월 뒤늦게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김 판사는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비록 최씨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학살 당일인 9월 28일이 아닌 10월 5일로 기재돼 있는 등 증거가 부족하지만 과거사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김 판사는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희생된 사건의 경우, 사안의 성격상 제3의 목격자나 관련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다"면서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원고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 증명을 더 엄격히 요구하면 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망신고 기재가 틀린 점 역시 "유족들이 받을 사회적 불이익으로 유족들이 사망 일시와 경위를 정확히 모르거나 숨겨야 했을 것"이라고 봤다.
국가 측은 최씨가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일인 2010년 6월에 이미 손해를 인지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판사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직접 신청하거나 참고인 조사를 전혀 받지 않아 결과를 통지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자료 액수는 유사 사건 희생자들과의 형평성, 학살 이후로도 유족들이 겪었을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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