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야근, 단기 과로 뇌출혈" 주장... 법원은 왜 인정 안 했을까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주일 동안 초과 근무로 인해 뇌출혈이 생겼다는 근로자에게 평소 질병 위험요인이 있었다면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건설회사에서 해외 영업과 공사비용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A씨가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7년 3월부터 일해오던 A씨는 2021년 8월 갑자기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라며 2022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그는 발병 전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추가로 했는데, 사업장에서 근무한 시간과 재택근무 때 야근 시간을 할증하면 평소보다 30% 이상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는 단기 과로 기준에 해당하며 회사에 제기된 소송 업무를 담당하면서 정신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다가 병이 발병했다"고 강조했다. 공단이 신청을 반려하자, A씨는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공단 손을 들어줬다. 윤 판사는 "이메일 내역만으로는 원고가 자택에서 계속 근무상태를 유지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면서 단기 과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비 소송 등 A씨의 업무가 돌발적이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 윤 판사는 "업무가 뇌혈관 기능에 이상을 줄 정도로 공포, 놀람을 일으킬 수준의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가 평소 뇌출혈 위험요인인 당뇨와 고지혈증을 앓고, 음주와 흡연을 하던 상태였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가 됐다. 윤 판사는 "병은 원고에게 있던 위험인자가 현실화된 결과로 볼 여지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