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실린 총기, 목적지는 북한... 미국서 '밀수출 혐의' 중국 남성 체포

총기 등 컨테이너 2개에 실어 보내
주거지에서 탄약 등 발견되며 '덜미'

지난달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미국에서 무기와 군사 장비 등을 북한에 대거 밀수출한 혐의로 당국에 붙잡혔다.

미국 연방 검찰청은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州) 샌버너디노카운티에서 중국 국적 남성 셩화 웬(41)을 국제비상경제권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위반 등 혐의로 이날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 단체, 국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되며, 위반 시 중범죄로 취급된다.

미국 법 집행 당국에 따르면 웬은 2012년 학생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이듬해 비자가 만료된 뒤에도 불법 체류해 왔다. 미국으로 입국하기 직전, 중국 영사관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웬은 지난해 총기, 탄약 등 무기류를 대량으로 실은 컨테이너 2개를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배편으로 보냈다고 한다. 선박의 목적지는 홍콩이었으나, 여기에 실린 물건들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웬은 그 대가로 200만 달러(약 28억3,700만 원)가량을 송금받았다.

웬의 행각은 지난여름 그의 거주지를 급습한 검찰이 북한에 보내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약 5만 발 등을 발견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또 그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민간용 비행기 엔진 구입에 관한 문자 메시지를 브로커들과 주고받았던 사실도 휴대폰 조사로 드러났다.

마틴 에스트라다 캘리포니아 중부지검 검사장은 이날 웬을 체포한 뒤 "북한 정부의 지시를 받고 행동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웬은 곧 법원에서 기소 인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유죄 확정 시 법정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