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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해저 케이블 절단 이유는... “중국 화물선, 일부러 닻 내리고 180㎞ 운항”

입력
2024.11.28 15:07
수정
2024.11.28 15:3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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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러시아서 비료 싣고 가던 中 이펑 3호
닻 내리고 운항해 17, 18일 케이블 2곳 절단"
4월까지 중국 해역만 운항... "향후 조사 핵심"

발트해 해저 케이블 2곳을 절단한 혐의를 받는 중국 선적 이펑 3호가 지난 20일 덴마크 인근 카테가트해협 공해상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발트해 해저 케이블 2곳을 절단한 혐의를 받는 중국 선적 이펑 3호가 지난 20일 덴마크 인근 카테가트해협 공해상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배후설이 제기된 발트해 해저 케이블 절단 사건의 ‘범인’은 중국 선적 벌크선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해당 선박이 고의로 닻을 내린 상태로 운항하며 해저면의 케이블을 끊고 지나간 사실이 유럽 수사 당국 조사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겨냥한 러시아와 중국의 ‘사보타주’(파괴 공작)라는 유럽의 심증은 더 굳어지게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유럽 수사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주 러시아에서 비료를 싣고 발트해를 운항하던 이펑 3호가 닻을 바다 밑바닥에 끌면서 111마일(약 180㎞)을 운항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난 17일 오후 9시, 18일 오전 3시에 스웨덴-리투아니아, 독일-핀란드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이 각각 절단됐다는 게 잠정 결론이다. 유럽 수사 당국 고위 관계자는 “닻을 해저면에 끌면서 운항하면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데 선장이 이를 모르고 몇 시간 동안 운항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펑 3호는 특히 문제의 구간을 항해하는 동안에만 자동식별시스템이 꺼져 있었다. 국제 항해 선박은 실시간 위치 등을 국제해사위성기구에 송신하도록 돼 있는데, 이펑 3호의 경우 두 번째 케이블 절단 이후 지그재그로 항해한 뒤 닻을 올리고 정상 속도로 운항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운송데이터 분석업체 크를러는 “당시 온화한 기상 조건, 관리 가능한 파도 높이를 고려하면 우발적인 ‘닻 끌림’ 사고였을 확률은 최소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해저 케이블 절단 직후 이펑 3호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덴마크 해군은 즉각 추적에 나서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카테가트해협에 이 선박을 정선시켰다. 현재 이펑 3호는 나토 소속 함대의 보호를 받으며 공해상에 정박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에너지정책센터 수석연구원 벤저민 슈미트는 2019년 12월~올해 3월 초 중국 해역에서만 운항했던 이펑 3호가 갑자기 그 패턴을 바꾼 사실을 거론하며 “운항 지역이 근본적으로 변경된 부분이 유럽 당국의 조사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유럽 관계 당국은 이 사건 수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후에 있다는 심증은 더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배후설에 대해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WSJ에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국제 해저 케이블과 기타 인프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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