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특활비 국회 요청 없었지만 있어도 주기 힘들었을 것"

"일일이 내역 입증, 어떤 기관도 어려워"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조사 재개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최근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 삭감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가 "특활비 내역을 일일이 입증해서 보내준다는 것은 어떤 기관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회로부터 특활비 사용 내역 제출을 요구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요구받거나 제출한 적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등 활동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내역 공개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검찰 특활비(80억900만 원)를 전액 삭감했다. '소명되지 않은 예산은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공수처엔 특활비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 법사위 소위에서 검찰 특활비 외에 특경비(506억9,100만 원)도 전액 삭감했다. 검찰은 이후 국회에 지난해 8월 특경비 지출 내역만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 상병 사건, 용산·경찰 조사도 필요"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경북경찰청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조만간 소환 조사가 진행될 예정임을 시사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이) 몇 부 능선을 지났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졌고,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계속할 예정"이라며 "용산(대통령실)과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를) 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공수처는 4, 5월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후 주요 피의자 소환 조사 없이 기존 사건 기록과 법리만 검토해왔다. 지난달 말 사건 담당 부장검사 2명의 연임이 확정되고 평검사 2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재정비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