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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냐 철거냐' 속초 영랑호 공청회 무산

입력
2024.11.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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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패널 신청 인원 부족 취소"
석호 가로지르는 400m 부고 놓고
생태계 파괴 vs 관광자원화 맞서

속초 영랑호 뒤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속초 영랑호 뒤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원 속초시에 자리한 석호(潟湖)인 영랑호에 놓인 부교에 대한 의견을 들으려던 시민 공청회가 무산됐다.

속초시의회는 "26일 속초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예정돼 있던 영랑호 부교와 관련한 시민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 개최를 취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의회는 "찬성과 반대 측 각각 2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신청자가 이를 밑돌아 공청회를 열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부교 철거를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라 시민들이 패널로 나서기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의회는 20일 후속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부교(길이 400m, 폭 2.5m)는 동해안 대표 석호 중 하나인 영랑호에 지난 2021년 11월 설치됐다. 관광자원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6억 원을 들여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놓았다는 게 당시 속초시의 설명이다.

이에 사업 초기단계부터 "호수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한 환경단체가 철거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고, 3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에서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7월 "부교 철거를 위한 조치를 이행하라"는 강제 조정결정을 내렸다. 속초시가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철거가 이뤄지는 듯 했다.

다만 법원이 철거 기한을 두지 않아 결정은 속초시의회로 넘어왔다. 그 사이 철거 예산 확보,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등 절차를 남겨둔 상황에서 석호에 설치된 구조물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과 2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만든 시설을 3년 만에 뜯어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다시 맞서고 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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