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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회 "市, 불난 집에 기름 부어"

입력
2024.11.11 20:41
수정
2024.11.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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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 중단 파행 책임 공방
의회, 부실 감사 자료 제출 사과 요구
市 "감사 중단 사유인지 의문" 맞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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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회와 광주시가 행정 사무 감사 중단을 놓고 장외 책임 공방을 벌였다. 광주시의회는 "집행부와 산하 기관의 연이은 부실 감사 자료 제출과 허위 답변이 감사 중단으로 이어졌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광주시는 "그게 감사를 중단할 만한 사유인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광주시의회는 11일 '파행의 책임은 누구인가? 광주시는 책임 있는 자세로 행정 사무 감사에 임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산업건설위원회는 오늘,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엉클어진 행정 사무 감사를 바로 세우고자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재발 방지와 사과 표명을 요구했지만 그는 사과를 못 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고 부시장이 감사 과정에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정 조치하겠지만 두 번의 감사 중지는 무리가 있어 보여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그러면서 일부 피감 기관에서 발생한 부실 감사 자료 제출과 허위 자료 작성, 허위 답변 등에 대해 고 부시장이 단순 실수나 오기라고 우겼다고도 했다. 광주시의회는 "잘못한 것이 있어 아쉬운데 사과는 못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행정 사무 감사에서 피감 기관과 고 부시장이 보여준 행태와 태도는 참으로 유감이며,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시의회의 감사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이어 "파행의 주체인 광주시는 진솔한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자세로 행정 사무 감사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앞서 5일 광주테크노파크와 8일 통합공항교통국이 허위 또는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고 허위 답변을 했다며 행정 사무 감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집행부의 감사 준비 및 대응 부족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지만 이 문제가 감사 중단으로까지 갈 정도로 중대한 사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자칫 시민들에게 광주시의회와 집행부의 소모적 갈등이나 발목 잡기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맞받았다. 광주시는 "앞으로 집행부는 물론 산하 기관의 자료까지 세심히 검토해 부실 또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시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광주시의회 안팎에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집행부의 의회 경시 풍조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광주시가 사실상 사과 거부를 통해 광주시의원들의 화를 돋웠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시 내부에서조차 "고 부시장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의회와 갈등 문제를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반응이 나왔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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