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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박람회에 등장한 짬뽕탕, 치킨…식품회사들이 '軍心' 잡기 나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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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 고기짬뽕탕, 칼집 비엔나, 바사삭 고추순살치킨….
10월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자폭 무인기(드론)부터 차세대 전차, 무인 자주포까지 국내 방산기업들이 개발한 최첨단 무기들이 총망라된 전시회장 한편에 각종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청정원, 종가집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식품기업 대상의 제품이었다. 대상이 식품박람회가 아닌 방산전시회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연은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일선 부대 장병들이 부실한 군대 급식 사진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폭로가 쏟아졌다. 밥과 '똥국(된장국)', 김치와 계란찜이 전부인 도시락에 여론이 들끓었다. 대통령까지 사과할 정도였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부터 국방부는 군부대 식자재 물량의 30%를 민간에 개방했다. 지역 중소기업이나 보훈·복지단체 등이 주로 맡아 온 가공식품·공산품 군납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내수 시장 축소에 고민하던 식품기업 입장에선 오랜만에 신(新)시장이 열린 셈이다.
대상은 2023년 2월 전담 조직(군급식팀)을 만들고 즉각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문제는 주요 식품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식자재 업체까지 수백여 곳이 군납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이다. 급양대(급식지원부대) 혹은 개별 사단에서 진행하는 입찰전에서 이기려면 차별화가 필요했다. KADEX는 군 고위급 관계자와 영양사 등에 눈도장을 찍을 좋은 기회였다. 대상이 KADEX 석 달 전인 7월부터 전시 준비에 올인한 배경이다.
이날 전시회에서 대상은 뼈해장국, 육개장 등 단체급식용 밀키트(간편조리식) 신제품을 선보였다. 식자재를 다듬고 양념장을 만드는 등 취사 과정을 없애 군 장병의 조리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또 군 영양사를 대상으로 상담 존을 만들어 식자재 관련 요구나 불편 사항 등을 들었다. 이현원 군급식팀 차장은 "장병·조리병·영양사를 모두 존중하는 기업이란 콘셉트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식자재부터 디저트, 음료까지 급식 관련 모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고 했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군심(軍心)'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연 2조 원 규모에 이르는 군 급식 시장이 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대는 민간 사업장과 비교해 규모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한다. 사단급 기준 1만여 명이 하루 세 끼, 매일 밥을 먹기 때문이다. 대규모 식수 인원이 보장돼 고정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 마진이 높진 않으나 워낙 공급 물량이 거대하다 보니 식품업체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다"라고 했다.
실제 현재 조달청이 주관하는 군 식자재 입찰 참여 업체만 4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은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 내 '밀리터리 영업 담당팀'을 만들어 관련 영업에 공들이고 있다. KADEX에 홍보 부스를 차려 '우삼겹 김치볶음밥' '동물복지 치킨너겟 오리지날' 등 제품 80여 종을 활용한 급식 메뉴를 선보였다. 아워홈도 KADEX에서 '전복 갈비 문어탕' '돈마호크 플레이트' 등 젊은 장병을 위한 트렌디한 식단을 시연했다. KADEX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CJ프레시웨이, 오뚜기 등도 상당한 물량의 식자재를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앞세워 식자재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군 급식 운영을 맡는 민간 위탁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2023년까지는 대기업 입찰 제한으로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풀무원과 동원홈푸드가 시장을 양분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같은 대기업도 급식 수주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실제 삼성웰스토리는 육군사관학교가 발주한 생도식당 운영권을 따냈고, 아워홈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병사식당 급식을 맡게 됐다. 육사 생도식당 운영 입찰에는 10개 국내 주요 급식업체가 모두 참여할 정도로 수주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취사 또한 군의 핵심 기능이라 급식 외주화는 전투 기능이 없는 일부 부대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민간 급식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장병 존중 분위기와 맞물려 장병 급식 단가(올해 1만3,000원)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여 주요 기업 모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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