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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사의 위기, 교육으로 풀자"… 공수처, 출범 4년 만에 '자체 교과서' 제작

입력
2024.11.1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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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검찰 교재로 신임 검사 교육
공수처 특성에 맞는 커리큘럼 개발
'수사 실무' '공판 실무' 등 교재 12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4년 만에 처음으로 소속 검사·수사관을 위한 자체 매뉴얼과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검찰에 교육을 사실상 위탁했으나 앞으론 공수처가 다루는 범죄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갖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수사력 부족→수사 성과 미흡→피로감 누적→인재 채용난'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공수처 지휘부는 '교육을 통한 수사력 향상'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기획관실은 이달 7일 '공수처 검사(수사관) 교육모델 개발 및 운영체계 연구'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이 연구의 주요 과제는 공수처의 검사·수사관에 대한 교육 과정을 점검하고, 교육용 수사 실무 표준교재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신규 검사 교육을 법무·검찰 교육 기관인 법무연수원에 맡겨왔다. 공수처 산하 교육기관이 따로 없다. 초기에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4주 위탁교육 형태로 신임 검사들을 보냈고, 현재는 연수원 교수를 공수처로 초빙해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간 새로 뽑힌 평검사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수사 경험이 전무했다. 이들을 위해 공수처 1기 지휘부는 연수원과 협의를 거쳐 특별수사 관련 과목을 위주로 편성했지만, 기본적으로 검찰 교육 교재와 커리큘럼을 이용해야 했다. 대부분 현직 검찰 부장검사들인 연수원 교수들이 공수처 수사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올해 2기 지휘부를 맞이한 공수처에선 "교육 과정과 수단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대상과 수사 가능 범죄가 검찰보다 한정돼 있는 만큼, '좁고 깊은' 특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공수처 수사실무(영장 작성 등 강제수사 방법) △조사실무(수사대상 범죄별 신문사항 및 조서 작성법) △공판실무 등 총 12권의 교재를 제작하고, 교재마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도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그간 쌓인 각종 영장 기재 사례 등도 교재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내년 5월 교재 개발을 마무리해 실제 교육에 쓸 예정이다.

공수처의 시도는 잇따른 인력 누출에 따른 수사 공백 해결책의 일환이다. 최근 사의를 표한 수사2부 송창진 부장검사의 사표가 수리되면 공수처는 검사 정원 25명(처·차장 포함) 중 14명만 남게 된다. 오동운 처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인사제도 개편을 통한 조직 안정화와 맞춤형 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고, 이달 초 첫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한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교재 개발도 좋지만 수사 실력 향상에는 선배 검사들의 도제식 교육의 비중도 크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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