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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설비 포스코 파이넥스공장 또 사고…탄소배출량 줄었지만 폭발·화재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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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최첨단 설비로 자랑해 온 포항제철소 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큰불이 났다. 파이넥스공장은 지난 2009년부터 1~3공장 모두 한 차례씩 화재·폭발사고가 일어났고, 불이 난 3공장은 사고 이틀 전 설비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돼 재가동 직전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0분쯤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3파이넥스공장에서 수차례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에 있던 직원 1명이 얼굴과 손등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30분 뒤 관할 소방서 인력이 총 출동하는 대응1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큰 불길을 잡았고, 화재 5시간 만인 오전 9시 20분쯤 완전히 껐다.
불이 난 파이넥스공장은 높이가 약 50m로, 건물 19층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편이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대원 등 인력 141명과 장비 51대 등이 동원됐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연구개발에만 1조 원 이상 투자해 완성한 제철 기술이다. 기존 제철 기술인 용광로(고로)는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압축하거나 가열하는 전(前)처리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파이넥스는 원료를 자연상태 그대로 넣어 생산원가는 물론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난 2007년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했을 때, 세계 철강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넥스는 그러나 1,200도 열풍을 불어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와 달리, 용융로에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에 취약하다. 포항제철소가 보유한 총 3기의 파이넥스공장은 이번 사고를 합쳐 각각 모두 한 번씩 화재·폭발사고가 났다. 2019년 7월 6일 2파이넥스공장에서 조업 중 문제가 발생해 다량의 연기가 나와 주민들이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이보다 앞서 2013년 3월 22일 1파이넥스공장 내 용융로에서 고온의 대풍구 틈새로 코크스가 유출돼 ‘펑’ 하는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지난 2009년 1월 13일에는 2파이넥스공장 성형탄설비(HCI)에서 가스 누출과 화재로 근로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에도 포항제철소에서 강 건너 포항시 남구 송도동·해도동 주민들은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울렸다고 전했다. 포항 해도동 주민 이모(79)씨는 "집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폭발음이 있었고, 놀라 밖을 내다보니 포스코 쪽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3파이넥스공장은 연 200만 톤을 생산해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체 쇳물의 약 13%를 담당한다. 포스코는 이번 화재에도 전체 조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구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불이 난 3공장은 이달 5~8일 수리 작업을 벌인 뒤 9일 재가동한 것으로 확인돼 포스코의 안전관리가 촘촘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포스코 측은 "수리와 이번 사고와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에서 최근 1∼2년 사이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포항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2고로 주변 전선이 타 정전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폭발에 대비해 부생가스를 밖으로 태워 내보내는 방산작업이 이뤄지면서, 119 등에는 포스코가 불길에 휩싸였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시민 박모(65·포항시 죽도동)씨는 "잊을 만하면 폭발이나 화재 사고가 나니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3공장 용융로 풍구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연)에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가 나오면 설비 이상이나 작업자 과실, 피해 내역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은 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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