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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 부정 채용, 국감 빠지고 '폭탄주'... '백화점식 비리' 이기흥 체육회장 수사의뢰

입력
2024.11.10 15:30
수정
2024.11.10 15:5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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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 현지 점검 결과]
이기흥, 채용 요건 완화해 자녀 친구 부정 채용
'파리올림픽 참관단 지인 찬스'도 사실로 드러나
후원 물품 빼돌리고, 폭언, 대가성 금품수수 등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인 채용, 상습 폭언, 파리올림픽 참관단 부적절 운영, 배임·횡령 등 '백화점식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정부는 이 회장을 포함, 비위 혐의에 연루된 대한체육회 관련자 8명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이 회장 '3선 도전'은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실장 방기선)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를 내놨다. 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약 한 달간 대한체육회를 둘러싼 의혹을 조사해왔다. 이를 통해 이 회장 등의 △직원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크게 4가지 혐의를 확인했다.

이 회장은 2022년 딸의 대학친구 A씨를 진천선수촌 훈련 관리 직원으로 부정하게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계획엔 '국가대표 경력', '스포츠지도자 자격' 등 지원 요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채용 담당자들에게 요건 완화를 수차례 지시했고, 반대하는 채용부서장도 교체했다. 채용 요건은 실제 완화됐고, A씨는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이 회장은 그해 6월 '자격요건 완화 시 연봉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내부 보고를 받고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냐"며 욕설과 폭언을 1시간쯤 반복했다고 한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지인 찬스'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시키고, 관광 등 별도 일정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들 항공료를 대한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업무 대행 업체가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영석 국조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의혹이 사실이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가성 금품 수수 정황도 포착됐다.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F씨는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F씨는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밝힌 뒤 희망했던 직위를 맡았고, 이후 선수제공용 보양식 등 구매에 필요한 약 8,000만 원 비용을 대납했다. 점검단은 국가대표선수촌 고위간부 E씨가 체육회장의 승인하에 비용 대납을 요청해 승낙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배임·횡령 의혹도 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사업을 통해 취득한 후원물품 중 휴대폰 14대 등 약 1,700만 원 상당 물품을 배부대장 기록 없이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타부서에 배정된 신발·선글라스 등 물품을 회장실로 가져와 1,6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이 회장은 △국정감사 출석 회피를 위해 진천선수촌을 불필요하게 방문해 인근 식당에서 '폭탄주 식사'를 진행(지난달 24일)하고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관련 회의 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유인촌)이 행사에 오면 인사조치하겠다"고 협박(지난 8월 11일)하는 등 상습적으로 부적절 언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 관리관은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규정 위반과 같은 부당한 업무 처리 혐의가 있는 11명에 대해선 주무부처인 문체부에 이첩해 감사와 징계 등 절차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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