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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항소심도 처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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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낸 여러 국가배상 소송 중 항소심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김대웅)는 7일 김모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에서 운영된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이 시설 내에선 감금, 폭행, 성폭행 등 여러 범죄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권력이 법적 근거 없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한 대표적인 사례다.
1심 법원은 올해 1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는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피해자들이 겪었을 극심한 육체·정신적 고통 △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상황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인권침해 사안인 점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 그 결과, 피해자 13명이 청구한 금액 86억8,000만 원 중 총 38억3,500만 원이 인용됐다. 2심 법원도 이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 직후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상고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정부 측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항소해 왔다. 피해자들은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가 대법원 상고까지 제기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시간 끌기"라면서 "우리는 사과를 받고 합당한 배상금을 수령해 아픈 기억을 잊고 싶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김건휘 변호사는 "소 제기 이후 지금까지 3년 7개월이 지났다"면서 "소송 계속 중에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배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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