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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로 여행하는 억만장자, 남들 500배 넘는 이산화탄소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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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항공기를 이용하는 부유층 일부가 다른 사람들이 한 해 평균 배출하는 것보다 50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인구 중 불과 0.003%가 전용기를 이용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막대한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스테판 괴슬링 스웨덴 린네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진은 개인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연구를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그간 상업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개인 항공기에 대해 특정 이벤트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대상의 분석을 시행한 것은 이번 연구가 사실상 처음이다.
연구진은 항공사들의 광고를 바탕으로 개인용 항공기 72종을 선별한 뒤 자동종속감시시설방송(ADS-B) 데이터를 통해 운항 정보를 분석했다. ADS-B는 항공기 감시 정보를 일정 주기마다 지상 항공교통 관제소와 다른 항공기에 자동으로 방송해 충돌을 예방하는 감시 체계다. 분석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2만5,993대의 개인 항공기가 총 1,864만5,789회의 비행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용기 운행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난해만 최소 1,560만 톤에 이른다. 상업 항공기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며, 슬로베니아의 연간 배출량(1,599만 톤)에 맞먹는다. 이는 항공기 모델별 연료 소비량과 비행 시간·거리를 결합해 분석한 직접 배출량만 따진 결과로, 연구진은 “개인 비행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여러 다른 영향들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용기는 부유한 국가에 집중돼 있었다. 미국에 국적을 둔 전용기는 1만8,163대로 전체의 68.6%나 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전용기만 전체의 6%를 차지했다. 브라질(927대), 캐나다(770대), 독일(630대)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개인 비행 횟수가 가장 많은 상위권 전용기들(10여 대)은 지난해 평균 약 2,400톤씩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2020년 전 세계 1인당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4.5톤)의 500배가 넘는다.
전용기 비행의 47.4%는 500㎞ 이하 단거리 여행이었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거리(약 110㎞)에도 못 미치는 100㎞ 이하 초단거리 비행이 9.2%였다. 특히 초단거리 비행의 상당수는 승객을 태우는 대신 배달, 픽업 또는 전용기 주차를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그 외 개인 비행은 주로 여가 목적이었다. 연구진은 여름철엔 스페인의 대표 휴양지인 이비자섬과 프랑스 니스 등으로 가는 전용기 수가 눈에 띄게 늘고, 특히 금·토·일요일에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월드컵과 같은 대형 이벤트는 전용기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한 개인 항공기는 1,846대로, 총 14만7,0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는 644대, 미국 슈퍼볼 경기에는 200대가 날아갔다.
기후위기 해법을 논의하는 국제 행사에조차 전용기가 날아들었다. 지난해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 주제로 논의했던 세계경제포럼(WEF)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기간에 각각 660대, 291대의 전용기가 운행돼 11만3,000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분석 기간 동안에도 전용기 대수는 28.4%, 개인 비행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6.0% 증가했다. 괴슬링 교수는 “전용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상업 비행과 달리 탄소중립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전용기 이용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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