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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조5000억 원 규모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제동

입력
2024.11.06 14:51
수정
2024.11.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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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추진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등 미흡"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 계획했다는 의심
신고서 정정요구...미래에셋·KB증권도 조사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신고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면서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은 향후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는 철회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이번 정정 요구를 통해 보완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달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공정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조달 자금의 92%(2조3,000억 원)를 앞서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를 사들이기 위해 빌린 돈을 상환하는 데 쓴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금감원은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당시 이미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이 지난달 11일 정정한 공개매수신고서에서는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기재됐다. 하지만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에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미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동시에 진행했다면 부정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는 한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검사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 사무 취급자였으며 유상증자 때 실사를 담당한 주관사다. KB증권도 공개매수에서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 등을 담당했으며 유상증자 절차에선 공동 모집 주선인을 맡았다. 이들이 유상증자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매수 관련 업무를 맡았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영업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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