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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경쟁률 2대 1… 폐교 위기 경주 바닷가 고교의 기적

입력
2024.11.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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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외면 문 닫을 뻔 한 감포고,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전환 후
국내 유일 상업·공업 융합형 수업에
전교생 해외 어학연수 등 파격 혜택
높은 취업률에 전국서 지원자 몰려
학교 인기 상승에 지역 경제도 활기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위치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전경.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위치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전경.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의 유양종 교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신입생 모집 때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올해는 지원자들을 되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60명 모집에 120명 넘는 원서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양종 교장은 “지원자들에게 연락해 마이스터고를 탈락하면 교육 과정이 비슷한 일부 특성화고는 지원할 수 없으니 ‘더 고민해보라’고 안내했다”며 “그래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는 경주에서도 교통이 불편해 오지로 꼽히는 감포읍에 있지만, 날이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감포읍은 지난달 말 기준 인구가 5,198명에 불과한 소읍이다. 경주 도심에서 차로 50분이나 걸린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몰린다. 2021, 2022년만 미달이었다. 지난해 1.61대 1로 반전하더니, 올해는 2대 1로 더 몰렸다.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2020년 3월에 입학한 학생들이 지난해 2월 졸업과 동시에 국내 유명 기업에 무더기로 입사한 사실이 입소문이 난 덕분이다. 졸업생 10명 중 9명이 국내 명문대생도 들어가기 힘든 한국은행, 삼성전자 등에 척척 입사하고 있다. 유 교장은 "취업률로 학교의 수준 높은 교육을 입증시켰다"며 "학생들이 취직한 회사도 만족도가 높아 선발 규모를 확대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유양종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이 11일 경북 경주시 교내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유양종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이 11일 경북 경주시 교내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전국 유일 상업계 마이스터고

국제통상마이스터고가 개교 4년 만에 90%에 달하는 높은 취업률을 나타낸 비결 중 하나는 전국 유일 상업계 마이스터고라는 점이다. 마이스터고는 독일의 직업교육제도를 본 따 만든 학교로, 과거 공업고등학교에서 다루던 전기·전자·기계 관련 기술을 익힌다. 하지만 국제통상마이스터고는 국제무역도 배울 수 있다. 산업 제품의 제작과정이나 기술을 익히면서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사고파는 상거래 교육도 포함돼 있다. 이 학교는 학년별로 2개과로 나뉘는데, ‘전자산업 국제무역과’와 ‘기계·자동차 국제무역과’로 편성돼 있다. 다른 마이스터고에선 볼 수 없는 통상업무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해외 상거래를 배우다보니, 영어는 필수다. 전교생 147명인 학교에 영어 교사가 총 7명으로, 통상 2, 3명 정도인 타 마이스터고와 비교해 압도적이고 학생 수가 비슷한 일반계 고교보다도 많다. 이 뿐만 아니다. 해마다 1학년생들은 전원 영어 캠프에 참여하고, 2학년이 되면 3주간 전원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이 학교 임종국 교감은 “모든 학생이 공학과 상업에 영어교육이 결합된 수업을 받는다”며 "산업체가 요구하는 융합 인재를 양성해 높은 취업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들이 6월 초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경북 경주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들이 6월 초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온 마을이 키우는 마이스터고

감포읍 주민들의 아낌없는 지원도 국제통상마이스터고 위상을 높이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경주 국제통상마이스터고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옛 감포고등학교(감포고)를 졸업생과 마을 주민들이 되살려낸 학교다. 감포고는 60년 역사에 3,5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학령 인구 감소로 지난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감해 급기야 전교생 수가 10명도 되지 않았다. 졸업생들과 마을 주민들은 학교 살리기에 힘을 합쳤고, 오랜 시간 교육 당국을 설득해 2018년 1월 교육부로부터 마이스터고로 지정 받았다. 이후 2년간 실습동과 생활관, 본관 교사동을 리모델링하는 등의 준비를 거쳐 2020년 3월 국제통상마이스터고로 다시 문을 열었다.

감포읍 출향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설립한 감포장학회는 국제통상마이스터고에 해마다 800만~3,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주시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도 장학금은 물론 아침식사와 해외 연수, 축제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한성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지역사회 일원으로 미래 세대를 지원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냐”이며 “학생들이 우리 사회 귀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써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문화체험에 선발된 경북 경주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1월 견학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독일 문화체험에 선발된 경북 경주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1월 견학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제공


지역사회와 성장하는 마이스터고

마이스터고의 눈부신 성장은 경주시 감포읍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전교생 147명이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매주 금요일 오후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에는 감포읍 전체가 북적거린다. 학교 인지도가 높아져 전국 각지에서 입학하면서, 연휴 시즌에는 학부모나 친지들이 학생들과 감포읍 일대로 여행을 와 감포항 인근 펜션과 특산물 판매 가게, 음식점들이 시끌벅적하다.

조경수 감포고 총동창회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어촌 감포에 마이스터고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할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과 졸업생이 마음을 합치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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