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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금고 '싹쓸이' 농협 기여금은 꼴찌... ‘기울어진 운동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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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10곳 중 6곳의 금고를 맡고 있는 NH농협은행이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기금 보관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해당 지자체에 대한 기여는 가장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이 지역사회에 대한 낮은 기여에도 불구하고 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데는 불합리한 금고 선정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행정안전부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윤준병 더불어민주장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290개 금고 중 187개(64.5%)를 농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농협이 각 지자체로부터 수탁받은 금고 규모는 280조3,181억 원으로 전체 금고 규모(456조8,468억 원) 대비 61.3% 수준이다. 농협은행이 지자체 금고를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맡은 금고 규모 대비 출연금 비율은 농협은행이 전체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시중 및 지방은행들은 지자체들의 예산과 기금 등 456조8,468억 원을 예치받으면서 평균 0.24%인 1조1,389억 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이 중 280조3,181억 원 규모의 금고를 운용하는 농협은 0.10% 수준인 2,962억 원을 출연했다.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4조7,834억 원 규모의 금고 역할을 하면서 1,213억 원을 출연한 우리은행(2.53%)에 비하면 25분의 1 수준이다. 한 광역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금고 은행 선정 과정에 신경을 좀 더 쓰면 더 많은 세외수입(기여금)에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고 선정 평가에서 점포의 개수를 중시하는 ‘지역주민의 편의성’ 항목의 가점이 높다는 데 있다. 전국 면 단위의 단위농협까지 지점으로 포함시켜 2,000여 개의 점포를 가진 농협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행안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금고를 선정할 때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27점) △예치 예산 및 기금에 대한 금리(20~22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21~23점) △기여금 등 지역사회 기여도(6~8점)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5대 시중 은행의 경우 지역사회 기여도를 제외하고는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지자체도 불만을 털어놓는다. 지방은행이 없는 충남도 관계자는 “점포 수에서 농협을 따를 은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농협을 금고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며 “떼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니 배점이 낮은 기여금을 높이 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0조 원 규모의 충남도 제1금고로 선정된 농협은행의 협력사업비(출연금)는 62억 원이다. 1조 원 규모의 제2금고를 맡고 있는 하나은행의 출연금(100억 원)보다 적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평소 지역사회 기여도가 없다시피 한 시중은행들이 금고 선정 평가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기여금밖에 없어 무리한 액수의 기여금을 쓰고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할 수 있는 금고 선정 평가 기준에서 주민 편의성 항목을 삭제하거나 가중치를 낮추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준병 의원은 “인터넷뱅킹, 인터넷은행이 일반화된 시대에 점포의 개수로 지자체 금고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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