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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기자들과 시간제한 없이 '끝장' 문답... 사과, 해명, 쇄신에 달렸다

입력
2024.11.05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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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 회견 준비... '양날의 검'
최대 관건 '여사 리스크'... 사과 가능성 제기
'브로커' 명태균 해명과 국정 쇄신책도 관심
"실질 변화 없는 '자화자찬'은 무용"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례적으로 시간제한 없이 진행된다. 정권을 뒤흔드는 각종 의혹에 대해 '끝장'을 볼 때까지 묻고 답하는 셈이다. 국민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면 국정운영의 불씨를 살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일방적 소통에 그치면 회생 불가능한 최악의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사과와 해명, 쇄신이 기자회견의 성패를 가를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얼마나 인정하고 내려놓느냐에 달렸다. 앞서 수차례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역풍을 맞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남은 임기 절반의 운명을 가를 선택의 기로에 섰다.

최대 관건은 '여사 리스크' 매듭 여부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한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행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인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비엔티안=뉴시스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한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행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인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비엔티안=뉴시스

올 5월 취임 2주년 당시에는 대국민 담화 40분, 기자회견 80분으로 진행됐다. 질의응답의 경우 기자들이 번갈아가는 통에 중구난방으로 주제가 바뀌면서 '맥'을 놓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논란, 김 여사를 둘러싼 갖은 의혹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이 계속돼도 '시간제한 없이, 모든 궁금증이나 의문이 사라질 때까지 답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모양새다.

초점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다. 여권에선 "정부 임기 절반을 통째로 집어삼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김 여사 문제는 정권의 최대 약점이 된 지 오래다. 명씨 논란과 대통령실의 비선 잡음도 모두 김 여사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번번이 "박절하지 못했다"(2월 KBS 대담)라는 말로 감싸기에 급급하거나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사과를 드린다"(5월 기자회견)면서도 특검 주장의 근거인 갖가지 의혹을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등 미흡한 대응을 반복해 국민 반감을 키웠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3대 요구도 매몰차게 거절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보고와 설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소상히 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약속하고 재차 사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법 수용'은 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도 회견장에 나오지 않는다.

명태균 해명과 국정 '쇄신책'도 관심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JTBC 방송 화면 캡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JTBC 방송 화면 캡처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명씨 관련 의혹은 또 다른 핵심 쟁점이다. 앞서 대통령실 해명과 달리 윤 대통령과 명씨 간 육성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폭로를 벼르고 있어 윤 대통령의 허술한 해명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기억에 의존해 그간 밝힌 피상적 수준의 해명을 넘어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혹은 더 쌓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제시할 쇄신의 폭도 관건이다. 한 대표가 대통령 참모진 전면 개편과 과감한 쇄신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누차 밝혀온 '인위적,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은 없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 반복적으로 공개하는 대통령의 '정책 중심' 메시지도 4대 개혁 추진의 '연속성'에 방점이 찍혔다. 뭐라고 비판하든 우리가 정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마이웨이'다. 윤 대통령은 5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게 돼 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혁정부, 민생정부로 자리매김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경제 △사회 △첨단산업·과학기술 △4+1 개혁 분야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설명했다. 반면 쇄신과 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지율 효과' 관건은 실질적 변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꺼낼 카드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담화와 기자회견을 해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발언에 여론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직진'을 외치던 지난 4월 1일 대국민담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 이후 지지율은 9%포인트(한국갤럽·3월 4주 차와 4월 3주 차 비교)나 떨어졌다. 김 여사 이슈와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문제 대응에 대한 실망감을 남겼던 5월 9일 집권 2년 차 대국민연설·기자회견, 국정 성과만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 전후로는 지지율이 각각 24%, 23%를 유지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여권에선 벌써부터 '자화자찬 회견'으로 끝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해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급적 해명성 발언은 하지 말고 사과에 메시지를 집중해야 하고, 정책성과 홍보 같은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진짜로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분명한 개선의 의지를 보이면 여론은 하루아침에도 반전할 수 있다"고 올렸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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