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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생도 제친 中 직업고 '수학 천재소녀', 알고 보니 부정행위

입력
2024.11.05 11:00
수정
2024.11.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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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시대회 12위로 결선 진출
직업학교 출신 장핑에 뜨거운 관심
"함께 참가한 교사가 대리 시험"

수학 천재로 화제를 뿌렸던 장핑. 중국 관영 매체 중국중앙TV(CCTV)

수학 천재로 화제를 뿌렸던 장핑. 중국 관영 매체 중국중앙TV(CCTV)

중국에서 열린 국제 수학 경시대회에 직업고등학교 학생으론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한 10대가 대회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예선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이 학생은 결선 진출 당시 "MIT생을 제친 천재 소녀"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4일(현지시간) 알리바바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조직위원회는 금상 5명, 은상 10명 등 총 86명의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며 장핑의 부정행위 의혹을 공식 확인했다. 조직위는 "장쑤성 롄수이 중등전문학교 교사인 왕모씨와 그의 지도학생이 결선에 진출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채점 결과 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왕씨가 예선전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을 도우며 예선전의 '타인과 토론 금지' 규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대회 시스템이 미비했고 관리가 부실했다"며 사과했다.

롄수이중등직업전문학교 재학생인 장핑은 지난 6월 중국의 IT 대기업 알리바바가 개최한 글로벌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93점을 받아, 801명 중 1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 진출자 상위 30명 명단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출신이 즐비했기에 장핑의 사연에 큰 관심이 쏠렸다. 또 30위권 내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장핑을 지도한 교사 왕씨는 125위였다.

당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장핑의 결선 진출 소식을 알리며 "중국에서 직업전문고교·대학은 종종 '실패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오명을 짊어져야 한다"며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중국 누리꾼은 그의 수학 재능에 충격을 받으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장핑은 중학교 때 수학 실력이 출중했지만, 고등학교 입시 점수가 좋지 않아 직업학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핑은 곧바로 대리시험과 부정행위 의혹에 휘말렸다. 예선은 48시간 동안 온라인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규정상 온·오프라인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도 가능했다. 다른 사람과 토론 등 기타 부정행위는 금지됐지만, 현장 통제는 없었다. 즉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답안지를 대필해도 적발이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장핑의 부정행위가 드러나자 현지 누리꾼들은 "천재소녀의 몰락", "교사의 욕심이 학생 미래를 망쳤다", "교사를 처벌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뛰어난 수학 재능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과욕으로 묻혀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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