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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지키고, 가정은 못 지킨다"... 경찰·소방관 육아휴직 사용률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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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육아휴직 대상자인 국가공무원 중 절반 가까이가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휴직자를 배려하는 공직 문화를 조성해 저출생 극복에 정부부터 앞장서겠다는 그간의 약속이 무색해지는 수치다.
10월 31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모든 부처 국가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남녀 공무원 중 실제 휴직에 들어간 비율)은 △2019년 41.3% △2020년 44.8% △2021년 45% △2022년 48.8% △2023년 52.2%로 나타났다. 매년 조금씩 증가하지만 평균 46.4%로 절반 이하였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남녀 근로자는 자녀 1명에 대해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치안과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과 소방은 매년 하위 5개 부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찰청은 △2019년 26.8% △2020년 30.1%로 전체 부처 중 꼴찌였고 이후에도 △2021년 33.4%(51개 중 50위) △2022년 37.3% (51개 중 48위) △2023년 40.8%(52개 중 48위)에 그쳤다.
일선서 경찰은 "교대로 야간 근무를 서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 (육아) 역할 분담은커녕 아이 커가는 모습도 제대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진급에 예민한 조직이다 보니 (배우자가 휴직한다면) 굳이 또 쓰긴 꺼려지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불규칙한 근무로 육아와 병행이 특히 힘든 만큼, 아이를 돌보려면 휴직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얘기다. 치안 업무를 맡은 특정직 공무원이라 일반 행정직처럼 임시 인력으로 장기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화재진압·구조 업무를 맡은 또 다른 특정직 공무원인 소방청 역시 국가공무직으로 전환된 2021년부터 3년간 △29.6%(50위) △34%(49위) △38%(5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현상도 여전했다. 지난해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전 부처 평균 34.1%로, 여성(95%)에 한참 못 미쳤다. 여성에 비해 남성 숫자가 훨씬 많은 경찰과 소방이 특히 격차가 심했다. 2023년 기준 경찰청 전체 육아휴직 대상자(3만4,996명) 중 남성은 2만7,701명이었고, 그중 휴직을 쓴 건 27%에 불과했다. 소방도 전체 대상자 1만9,235명 중 남성이 1만6,468명인데 28.4%만 휴직했다. 일선 소방관은 "육아휴직을 하면 야근수당 등을 받을 수 없어 경제적 타격이 크다"며 "소방관은 남성 비율이 높은데 출산한 배우자 대신 생계 유지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무시 못 한다"고 설명했다. 부처 가운데는 5년 연속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73.3%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공무원의 휴직 기간 전부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지방공무원 임용령'과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첫째 자녀 육아휴직의 경우 승진에 필요한 근무경력이 최대 1년까지만 인정되고, 둘째 아이부터 휴직 기간 전체(자녀당 최대 3년)를 경력으로 인정해주던 현재 규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이 현장에 빨리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과제다. 용혜인 의원은 "경찰이나 소방의 경우 남성 비중이 큰데 사용률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여성과 남성이 공평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성평등, 양육친화적 조직 문화 마련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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