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잃은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는 죄 없다" 무혐의 종결

경찰, 재수사 끝에 '혐의 없음'
22개월 만에 형사 책임 벗어
"국과수 분석 배제는 이례적"

지난 4월 19일 강원 강릉에서 이뤄진 재연시험을 도현군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년 전 강원 강릉시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 이도현(당시 12세)군을 잃은 할머니에 대한 경찰 재수사에서도 혐의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로써 A씨는 사고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 책임을 완전히 벗게 됐다.

강릉경찰서는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일어난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한 A(71)씨에 대해 최근 '송치요구 불요'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송치요구 불요는 사건 최초 수사 때 '불송치'를 결정했던 경찰이 검찰 지휘에 따라 사건을 재수사했음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검찰에 보낼 경우,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한 결과가 아닌 만큼, 한계가 있다고 보고 증거 불충분으로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A씨 측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뤄진 민간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가 국과수 분석과 상반된 것도 경찰이 A씨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검찰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도현이 가족과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경찰이 1년 전과 같은 결론을 내리자 법조계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편 도현이 가족이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차량(2016년식 티볼리)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7억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지난해 5월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에 배당돼 올해 9월까지 7차례 공방이 오갔다. 다음 달 11일 차량 전문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 뒤 내년 1월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