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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엄마가 삼성 품에서 데리고 나와 키운 신세계...아들·딸 손에 달렸다

입력
2024.10.30 17:00
수정
2024.10.30 2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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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이마트-정유경 백화점 독립
2011년 시작한 분리 마침표, 관건은 윈윈
신세계 명칭 어느 쪽이 가져갈지도 주목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모습. 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모습.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이 각자의 길을 간다.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를,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맡기로 한 것. 27년 전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신세계를 안고 오빠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품을 떠나 몸집을 키웠듯 이번 분리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이 한 단계 성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른 지 9년 만이다. 또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 계열 분리도 시작한다. ㈜신세계가 신세계그룹에서 떨어져 별도의 기업집단이 된다는 뜻이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아웃렛·면세점·패션 뷰티 사업, 올해 3월 신세계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주축으로 슈퍼·편의점·스타필드·전자상거래·건설 사업을 책임진다. 신동빈 회장 체제 아래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유통 맞수 롯데그룹과는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는 예정된 수순이다. 그룹을 이끌어왔던 이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분할하면서 분리를 위한 첫발을 뗐다. 당시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구도도 세워졌다.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이 각자 주력 분야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계열 분리를 위한 최대 과제인 지분 정리 역시 같은 기간 이뤄졌다. 이 총괄회장의 증여, 남매간 주식 교환 등을 통해 현재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18.6%씩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서로 상대방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막았다.



진짜 시험대 오른 정용진·정유경


30일 서울 시내 한 이마트 점포 모습. 연합뉴스

30일 서울 시내 한 이마트 점포 모습. 연합뉴스


단 계열 분리 공식화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백화점 부문이 무난하게 가고 있는 지금이 적절하다고 봤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이마트 역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계열 분리 최적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총괄회장이 1943년생으로 고령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그룹 내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재 잡음 없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계열 분리를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가운데 창업주·그룹 총수의 빈자리가 생긴 일부 대기업은 자녀 간 다툼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관건은 이마트, 백화점 부문이 계열 분리로 모두 이득을 볼지다. 일단 재계는 계열 분리를 각자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변화로 평가한다. 신세계그룹만 보면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1997년 1조8,000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71조 원으로 40배 불어났다. 이날 각각 2.20%, 1.54% 상승 마감한 이마트, 신세계 주가에는 계열 분리로 더욱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마트, 백화점 부문 분리 과정에서 상징과도 같은 '신세계' 이름을 어느 쪽이 가져갈지도 주목된다. 기업분석업체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대기업은 경영자가 2·3세로 넘어갈수록 위성 그룹으로 쪼개지는데 신세계 그룹이 이런 경우"라며 "계열 분리 뒤 경영을 못해 꼬마 그룹으로 후퇴하는 곳도 있어 정용진 회장, 정유경 회장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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