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어도어 대표 재선임 요청' 민희진 가처분 각하

하이브 상대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
뉴진스 직접 요구에도 대표 복귀 '좌절'
재판부 "신청 이익 없어... 신청 부적법"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5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자신을 어도어 대표로 재선임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각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김상훈)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 신청을 29일 각하했다. 각하는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이다.

하이브는 4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명분을 내걸고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그의 해임을 추진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해임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5월 인용됐다. 결국 하이브는 이사회를 재편한 끝에 8월 김주영 당시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을 유지시키면서 세계적인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를 그대로 맡겼다.

민 전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재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30일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 재선임을 안건으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주주 간 계약을 근거로 하이브가 지명한 어도어 사내이사 3인에게 이 안건에 찬성하도록 지시해달라는 취지다. 가처분 신청 전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달 11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를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9월 25일까지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뉴진스 라이브 방송 캡처

법원은 그러나 민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 사건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찬반 여부를 판단·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들이 하이브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신청 내용과 같은 가처분을 명하더라도 어떠한 법적 효과가 생기지 않아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프로큐어(procure) 조항'에 대해서도 "이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에서 면밀한 심리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프로큐어 조항이란, 주주 간 계약 당사자가 자신이 지명한 이사로 하여금 이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해 특정 행위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 규정이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채권적 효력을 인정해도 강제로 이행할 것을 구하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신청과 동일한 청구가 본안소송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단행적 가처분을 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