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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수상 실비 제르맹 "나치즘 숨기려는 유럽, 한국과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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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나치즘에 관한 이야기를 점점 숨기고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역사와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13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실비 제르맹(70)의 말이다. 프랑스 샤토루에서 태어난 제르맹은 작가이자 철학자로서 외면하고 싶은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해왔다. 철학 논문으로 파헤친 ‘악의 미스터리’를 1985년 소설(‘밤의 책’)로 풀어내면서 작가가 된 그는 40권이 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놨다. 한국에는 지난달 나온 ‘소금 조각’을 비롯해 9권의 책이 번역돼 독자를 만났다.
제르맹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된 유대인, 전쟁 등으로 상처받은 영혼에 대해 ‘기억하기’를 실천하는 제르맹의 문학관은 한강의 문학과 닿은 부분이 있다. 제르맹은 “역사를 통해 인간이 배우지 못하고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르맹은 그러면서도 “용서는 악을 막고 복수를 막아내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그는 용서와 생명, 희망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어둠에 대해 인간들은 무얼 아는가. 그렇다면 낮에 대해서는 무얼 아는가. 빛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무언가”(소설 ‘숨겨진 삶’)를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라는 제르맹은 프랑스에 번역된 한국 문학이 많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아주 적은 양만 번역이 됐을뿐더러 번역의 품질이나 내용도 조악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려 앞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르맹은 문학이 외면받는 것이 세계적 경향인 시대에도 우리가 문학을 쓰고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학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독자에게 추천하는 자신의 작품으로는 ‘밤의 책’과 ‘마그누스’를 꼽았다
1985년 첫 소설 ‘밤의 책’으로 여섯 개의 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제르맹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페미나상과 장 지오노상 등 이후로도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그를 “전 세계 인류가 대면한 현실적인 고통과 악을 마주하고 동시에 생명과 희망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작가이자 언어를 통해 소설 장르의 오래된 가능성을 현대적 맥락에서 새롭게 창조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하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국제 문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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