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미국 국방부, 기술 인재에 구애 손짓... 밀착하는 펜타곤-실리콘밸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은 오랜 기간 국방부와의 협력에 거부감을 보여 왔다. 기술을 살상 무기 등의 개발에 이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부기관, 특히 국방부와의 사업은 계약 과정에서의 제약과 규제가 많고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가 작용했다. 2017년 미국 국방부가 시작한 '프로젝트 메이븐'에 구글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가상 서버)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던 일도 있다. 국방부는 구글 등의 AI 기술을 활용해 드론이 수집한 사진·영상 분석 작업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자 했는데, 구글 내부에서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기업 가치와 어긋난다"는 반발이 일면서 결국 구글은 프로젝트 참여를 취소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그간 거리를 둬왔던 방위산업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고, 미국 국방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협업을 넘어 아예 인재를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을 예비군 장교로 영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매체는 국방부 인사 책임자인 브린트 패르미터의 말을 인용해 "이 기술 예비군들은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과 같은 단기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집될 것"이라며 "현재 이들을 배치할 군 조직을 추리고 이들에게 어떤 계급을 줄지 등 세부사항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 예비군은 수십 명으로 시작하지만 몇 년에 걸쳐 수천 명 규모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WSJ는 "모집 프로그램이 언제 시작될지는 미정이나 언제든 개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도입될 경우) 민간의 기술 전문가들을 유급 예비군으로 데려와 그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인재 채용을 추진하는 데는 최근 수년 새 국방부를 향한 테크업계 기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전장 소프트웨어, 군용 드론, 자율 잠수함 등을 만드는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체들의 투자액은 2013년 2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10년 새 17배 이상 증가했다. 실리콘밸리 기반의 유명 VC 세콰이어캐피털은 지난해 수소 동력 무기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했고, 스타트업 육성 업체 Y콤비네이터는 올해 처음으로 국방 기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이에 대해 WSJ는 "테크산업과 국방부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 다른 신호"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그들의 투자자들은 한때 국방 프로젝트를 경멸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발발, 중국과의 긴장 고조 등에 따라 많은 이들의 시각이 바뀌었다"고 평했다. 국제 정세가 혼란해지면서 안보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처럼 한때 유망했던 투자처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 군수산업의 잠재적 수익성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이 시장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돈을 벌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