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 위협을 미국 등 한반도 관련국과 유엔으로 확대하며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1만2,000명 파병 결정'에 대해선 이틀째 침묵했다. 미국 당국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방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병사가 배치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보급품 배포 과정에서 북한 억양이 사용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 이틀째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북한 국방성은 앞서 평양에서 한국군 드론과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어제 “미국이 응당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무인기에 대한 한미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한미일 주도 새 대북감시 체제인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에 대해 참여한 11개국을 향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선경 외무성 부상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자제 촉구에 대해 “(한미) 호전광들의 전쟁열을 부추긴 사무총장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위협은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남 군사력 약화에 대한 맞대응이라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협박한 상태다. 지금 한반도 상황을 두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또 다른 한국전쟁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진단했다. 해외의 시각이 이렇다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불안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 탈북 민간단체 등의 대북 전단·물품 살포를 방관하다 급기야 무인기가 평양에 침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데는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책임도 없지 않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남한 드론'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는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가 포함돼 있고, 통일부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보 유입 활동 지원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 긴장완화이고 위기관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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