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주택구입 대출인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추진했다가 현장 혼란이 거세자 유예했다. 애초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정책에 최소한의 대비시간도 주지 않아 반발이 뻔했다. 부작용을 검토하는 행정의 기본조차 망각한 즉흥 정책들이 왜 이리 빈번한가.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11일 시중은행들에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디딤돌대출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최대 80%에서 70%로 낮추는 등 대출한도를 대폭 줄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KB국민 등 디딤돌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들이 지난 14일부터 해당 대출 규제에 들어갔고, 졸지에 자금줄이 막힌 대상자들은 구멍 난 자금 마련에 고금리 대출까지 무릅써야 할 처지가 됐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가구당 2억5,000만 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 4억 원) 내에서 5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LTV 70%(생애 최초 주택구입 시 80%)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은 연 2.35~3.3%다. 한마디로 서민 주택구입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런데 LTV가 줄고, 준공 전 신축아파트 대출 금지, 소액임차보증금도 빼도록 하면서 대출한도가 25% 내외로 급감하게 되자 수요자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당초 정부는 디딤돌대출·생애 첫 주택 대출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2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잠정 유예한다고 18일 밝혔다. “10일 후 대출 축소”라더니, 3일 남겨놓고 유예하면서 정책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5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서민 대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제라도 대출한도 축소를 유예한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애초 반발과 부작용을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서 정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국정이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지 않은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나, 서민 정책대출 축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국토부는 “현장에서 혼란이 심하다 보니 일단 유예한 것”이라며 “추후 대책은 논의 중”이라 했는데, 이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했어야 옳다.
만 5세 초등 입학, 주 최대 69시간 근무 등 일단 던져 놓았다가 반발이 크면 물러서는 아마추어 정책이 정권 중반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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