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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는 맞아야 돼” 진주 편의점 폭행, ‘여성 혐오 사건’ 첫 인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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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 진주에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점원을 페미니스트라며 무차별 폭행한 남성 A(24)씨에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여성 혐오 범죄’라고 인정했다. 이는 여성 혐오를 범죄 동기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사고로 청력을 잃은 피해자는 "유의미한 판결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하며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라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4월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아르바이트생 B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손님 C씨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B씨의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나는 여자는 절대 안 때리거든? 근데 페미는 맞아야 돼”라고 말하며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를 말리던 C씨에게는 “(같은 남자면서)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며 폭행을 이어갔다.
이 사건의 후유증으로 B씨는 왼쪽 청력을 영구적으로 잃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 C씨는 어깨, 이마, 코 부위에 골절상을 입고 일자리를 잃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지정됐다. 현재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2022년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 등을 종합해 A씨의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여성혐오적 언행은 심신미약의 근거가 됐을 뿐, 범행동기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해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고 있다”며 “A씨는 지금까지도 B씨가 먼저 자신을 때렸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반성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일곱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과 여성단체는 ‘심신미약이 인정된 것은 아쉬우나, 판례에서 처음으로 여성혐오 범죄를 인정했다는 건 고무적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B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이경하 변호사는 “페미니스트 여자는 맞아도 된다'며 여성혐오에 근간한 피고인의 범행 경위를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로 명확하게 포섭해줬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라고 밝혔다. 경남여성회 등 경남여성 단체에서도 “피해자의 심각한 피해 상황과 함께 판결문에 여성 혐오 범죄라는 점이 명시된 점은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 역시 16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서 “유의미한 판결이 내려져서 기쁘다”며 “근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사건이 알려진 직후 2심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제게 연대해 주신 여러분 덕분”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그간) X의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얘는 죽였어야 됐는데’ 같은 악플이 오기도 했다”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을 기록한 전자책 ‘어느 날 피해자가 되었습니다’를 지난 4월 펴냈다. 사건 후 11개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폭행의 후유증으로 매일 18~20알가량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 사건의 동기로 여성 혐오를 인정했지만, 아직 국내엔 ‘혐오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명예훼손을 제외하면 양형 기준에 ‘혐오’를 가중처벌 요소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혐오 범죄 예방법(Hate Crimes Prevention Act)’을 만들어 혐오 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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