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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가 보려고 한다"…기업들도 응원했던 '30년 차 소설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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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삼십 년이 된 해입니다. 삼십 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소설가 한강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10일 아시아 여성·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3)은 올해 기업들이 문화 예술인에게 주는 각종 예술상도 휩쓸어 관심을 모았다.
한강은 올해 5월 호암재단으로부터 '2024 삼성호암상'을 받았다. 삼성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유지에 따라 국내외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 증진에 업적을 이룬 인사를 기리기 위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0년 만든 상이다. 호암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이 주어진다.
호암재단은 한강이 한국 문학의 위상을 알린 점을 높이 샀다. 재단은 한강에 대해 "'채식주의자' 등 여러 작품에서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을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작법으로 처리하며 미적 승화의 수준까지 이끌어낸 이 시대 최고의 한국 소설가"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호암상 시상식에서 30년 차 소설가로서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놨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로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갑니다." 실제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 최대한 바깥 걸음을 자제하며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여성, 소수자 등 비주류 인물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뤘던 한강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도 남겼다. "혼자서 걸어가는 그 과정이 쓸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주는 실이니까요. 아무리 내면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 그, 그녀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포니정재단도 9월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해 17일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 포니정 혁신상은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 정'에서 이름을 따 2006년 제정된 상이다. 혁신적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킨 개인 또는 단체를 뽑아 상과 상금 2억 원을 수여하고 있다.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은 수상자 선정 당시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에 울림을 선사하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 모두를 사로잡아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교보생명과도 인연이 깊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가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 문학 시장에 출판됐기 때문이다. 대산문화재단은 1992년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뜻에 따라 설립된 문학 지원 재단이다. 채식주의자는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해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테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세계인에게 주목받았고 2016년 맨부커상을 받는 계기가 됐다.
한강이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풀어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2022년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당시 대산문학상 수상자 간담회에서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쓴 소설"이라며 "작별하지 않은 마음, 작별할 수 없는 마음, 작별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마음에 대해서 더 많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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