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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사일 쏟아지고 테러 위협 커지고… 전쟁 1년 '작은 추모식' 연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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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전쟁이 이어진 지 1년째인 7일(현지시간). '차분한 추모'는 그러나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사치였다. 미사일·로켓 등이 사방에서 날아왔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 위험까지 가중되면서 이스라엘은 종일 어수선했다.
이날 오후 7시 이스라엘 중심 도시 텔아비브 야르콘공원에서는 하마스 공격 희생자 가족들이 주도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하마스 기습으로 숨진 1,200여 명을 추모하고 납치된 251명 중 돌아오지 못한 인질 97명의 귀환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처음엔 4만 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란 등의 대규모 공격이 예상되고 테러 우려까지 있는 터라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가 모임 인원을 제한하면서 2,000명만 자리할 수 있었다.
아찔한 순간은 실제로 발생했다. 행사 전 예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 공습 경보가 울리며 현장에 있던 이들은 얼굴에 땅을 대고 누워 있어야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7일 하루 종일 친이란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은 이스라엘에 로켓·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로켓 135발을 쏴 이스라엘 북부에서 10명이 다쳤고,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은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 인근 마을에 떨어졌다. 후티도 미사일 2기를 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도 전투기 100대를 동원, 헤즈볼라 지도부가 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등 120여 개 시설에 공습을 가하며 반격했다.
이날 취재하는 내내 이스라엘 공습 경보 애플리케이션 '레드얼럿'에는 '공습 위험 지역'을 뜻하는 빨간 막대 표시가 지도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하마스 공격 희생자 가족이 주도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날 저녁 텔아비브 미술관 옆 '인질 광장'에 모여 스크린을 통해 행사를 지켜봤다. 이스라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노란색 리본을 가방에 단 이들은 사망자 및 인질 가족 등이 연설을 할 때마다 눈물을 훔치느라 바빴다. 하마스에 잡혀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에 의해 어이없이 사살된 동생 알론 샴리즈를 떠올린 요나탄 샴리즈는 스크린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고쳐 놓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용한 추모도 도시 곳곳에서 이뤄졌다. 텔아비브 해변을 따라 이어진 구도심 올드라파는 상점들이 가게 문을 닫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곳 관광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0월 7일은 우리에게 마음이 많이 아픈 날이기에 웃고 떠드는 분위기 대신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간이 문을 연 상점들은 촛불을 켠 채 손님을 맞았다.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살해된 자와 쓰러진 자를 기억하고, 납치된 자의 귀환과 IDF 및 보안군의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는 문구가 떴다.
드물게나마 '어떠한 의식도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도 접할 수 있었다. 텔아비브 시민 레비는 "어딜 가도 인질 사진이, 노란 깃발이 붙어 있어 매일이 슬픈데 더 큰 슬픔으로 이스라엘을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 기관도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에 나섰다. 이스라엘 크네세트(국회)는 하마스 침공이 이뤄진 시간(7일 오전 6시 29분)에 맞춰 크네세트 광장에 있는 이스라엘 국기를 반기로 내렸다. 현충일 등 극소수의 날에만 진행하는 행사를 이날 진행한 것이다.
정부 추도식은 별도로 개최됐다.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인질도 구출하지 못한 정부가 추도식을 거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거센 데다, '인질 가족 등이 주도한 비공식 추도식과 같은 시간에 열지 말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녹화 방송을 오후 9시에 방영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스라엘의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길거리 테러로 숨진 희생자에 대한 추모도 이뤄지고 있었다. 텔아비브 야파지구의 에를리히 경전철역은 지난 1일 하마스 지시를 받은 괴한 2명의 총격 테러로 이곳에서 희생된 7명을 기리는 메시지, 꽃다발, 촛불 등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미워하지 말고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 등 메시지가 보였다.
또다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도 여전했다. 테러 발생 지점에서 100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 산다는 고벤(74)은 "매일 오가던 역을 사건 발생 엿새 뒤에야 처음 와봤다"며 "살고 죽는 것을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가자지구와 40여㎞ 떨어진 브엘세바에서도 총기 테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터라 공포가 가중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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