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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금으로 지원한 선거 비용 35억, 영영 돌려받지 못한다

입력
2024.10.09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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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무효형 받아도 돈 없으면 반환 안 해
5년 내 안 내면 선관위가 소송 등 걸어야
이렇게 안 한 사례 무려 50건... 총 35억
선관위 별다른 입장 없이 "노력하겠다"
양부남 의원 "재발 안 되도록 노력 다해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해 10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해 10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근 20년간 돌려받지 못한 각종 선거 보전금이 35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반환 소송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일인데, 선관위의 이 같은 '직무 유기'로 아까운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수가 불가한 선거비용의 전체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가 2004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세금으로 보전해 준 선거비용 가운데 환수를 할 수 없게 된 금액은 35억3,806여만 원에 달했다. 선관위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15% 이상 득표율을 획득한 후보자의 경우 선거비용 전액 △득표율 10~15% 미만의 후보자에게는 선거비용 50%를 보전해준다. 다만 공직선거법의 '당선무효된 자 등의 비용 반환' 규정(265조2항)에 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자로부터 보전 선거 비용을 돌려받도록 돼 있다.

선거비용이 환수 안 된 사례는 13개 지역 선관위에서 50건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 선관위는 총 6건으로 경북 선관위 등과 함께 최다 횟수를 기록했고, 환수 실패 비용도 17억5,8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선거 유형별로는 △기초의원 24건 △기초자치단체장 11건 △광역의원 8건 △국회의원 4건 △교육감 선거 3건이다.

회수 실패 이유로는 '직무 유기'가 꼽힌다.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선관위가 선거비용을 반환받을 수 있는 기한(소멸시효)은 5년이다. 당선자 또는 낙선자가 돈이 없는 등의 이유를 들 경우 소송 등으로 소멸시효를 멈출 수 있다. "선관위가 선거비용 반환을 요청하고 관할세무서장에 징수를 수차례 위탁했는데도 돈을 받지 못했다면 시효중단을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례다.

당연히 선거비용을 회수 못 한 50건 사례에서 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대상자가 추후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선거비용을 조금씩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기회도 날린 것이다. 뒤늦은 소송 제기로 기회를 날린 사례도 있었다. 선관위는 2019년 전완준 전 화순군수를 상대로 선거비용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경매 절차가 끝난 2012년 10월부터 5년 안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며 패소 판결했다. 선관위는 전 전 군수로부터 선거비용 1억여 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소송비용도 낭비하게 됐다.

선관위는 문제를 지적한 양 의원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향후 선거비용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선거비용 미반환자 인적 사항 공개 등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양 의원은 이에 "선관위가 미반환 금액의 환수율을 높이고,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선관위가 앞으로 돌려받아야 할 선거 비용은 191억 원 정도에 이른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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