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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발원지였는데… 튀니지 대선서 '공포 통치' 사이에드 대통령 압승 유력

입력
2024.10.07 15:37
수정
2024.10.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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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득표율 89.2%… 투표율은 27.7%에 그쳐
사이에드 취임 후 의회 해산 등 민주주의 후퇴

카이스 사이에드(오른쪽 두 번째) 튀니지 대통령이 6일 수도 튀니스의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튀니스=AFP 연합뉴스

카이스 사이에드(오른쪽 두 번째) 튀니지 대통령이 6일 수도 튀니스의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튀니스=AFP 연합뉴스

이른바 '아랍의 봄'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6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이 카이스 사이에드 현 대통령의 압승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2019년 집권한 사이에드 대통령은 재임 중 '공포 통치'로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연임이 확정되면 튀니지가 독재 정권 국가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대선 투표 종료 후 여론조사기관 시그마가 발표한 출구 조사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은 득표율 89.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쟁 후보였던 아야치 잠멜(6.9%)과 주하이르 마그자우이(3.9%)의 예상 득표율을 훨씬 웃돈 수치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개표 결과가 늦어도 9일까지는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대선 투표율은 27.7%에 그쳤다.

튀니지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운동 바람을 불어넣은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사이에드 대통령은 2019년 민주적 선거로 당선됐음에도 2년 뒤 부패·무능 척결을 내세워 의회를 해산하는 등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2022년 7월 개헌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해 1인 통치 체제를 확립했고, 야권 인사 및 언론인을 투옥시키는 등 정부 비판 세력도 탄압해 왔다.

튀니지 내에서는 '대선 결과 불복'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날 수도 튀니스에서 수백 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고, 일부 시위대는 사이에드 대통령을 향해 '법을 조작하는 파라오'라고 비판하는 문구를 적은 팻말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이번 대선은 튀니지 민주주의 실험의 마지막 장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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