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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정치의 건강한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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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냐.’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놓고 이런 인물평이 나왔다. 그러자 현지 교민 사회에서는 궁지에 몰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어, ‘이미 탄핵 위기의 여성 대통령을 보유한 만큼 정치 분야에선 한국이 미국을 앞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8년 전에는 자조적 농담이었지만, 돌이켜보니 한국 정치의 특징을 제대로 짚은 분석이었다.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은 ‘3류 패거리’ 대접을 받는다. 신뢰도 조사에서 정치인은 늘 꼴찌다. 게다가 미국 정치는 탄핵을 머뭇거린다. 리처드 닉슨이나 빌 클린턴 등이 위기에 몰렸지만 현직에서 탄핵 절차로 쫓겨난 대통령은 없다. 현직 대통령의 정적 제거도, 한국만큼 매몰차지 않다. 선거 유세에서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겠다’던 트럼프도 재임 기간 손을 놨고, 의회 폭력사태 배후로 지목된 트럼프도 사법처리는커녕 대권 재도전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K방역, K방산 등 주요 정책에도 알파벳 ‘K’가 붙기 시작했다. K뷰티, K경제, K푸드에 이어 임기 말에는 “K일상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하자”는 주문까지 나왔다. ‘필벌의 정치'로 상징되는 K정치도 확립시켰다. 미국에선 상상도 못 할, 전전임 대통령까지 감옥에 보내는 전통을 만들었다. 그랬던 문 전 대통령도 검찰이 '뇌물수수 등 피의자'로 적시한 상태다.
□역사 속에선 용서와 화해보다 철저한 단죄가 국난극복 해법인 경우도 많다. 몽골에 끌려갔던 명나라 영종은 부패한 친위 세력을 처벌하고, 후대 홍치시대(1488~1505) 번영의 길을 텄다. 그러나 K정치가 번영으로 이어질지, 한국식 민주주의의 성공 모델이 될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이를 교훈으로 삼아, 권력자는 몸가짐을 삼가고 법에 의한 통치와 혹세무민 선동 유혹을 떨쳐 내야 한다. 그래야 매운맛 K정치도 대한민국 공동체에 손해보다 이익이 큰 해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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