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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배춧값보다 '6차 대멸종'이 문제...미래세대에 차용증 쓰자"

입력
2024.10.04 12:00
수정
2024.10.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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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 파동은 시장 아닌 기후위기 탓
동식물들 서식지 옮기며 치열한 경쟁
배추 같은 작물들은 인위적인 이동 필요
지구온난화로 인류·동식물 멸종 위기
미래세대에게 빌려 쓰는 환경 보존해야

최재천 교수가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최재천 교수가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현재 배춧값 파동은 시장 요인이 아닌 더위 때문"이라며 "야생동물과 식물들은 서식지를 옮기며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향후 100년 안에 인류를 포함한 동식물이 멸종하는 '6차 대멸종'을 거론하며 "미래세대와 (환경을 잘 보존하겠다는) 차용증을 써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배춧값 파동과 관련해 기후위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 웬만한 동물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더 선선한 곳으로 (서식지를)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도 열대어들이 지금 올라와 있다"면서 "육상에서도 위도가 높거나 고도가 높은 곳으로 야생동물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가 높고 면적이 좁은 곳에 야생동물들이 몰리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야생식물들 역시 "(서식지를 옮겨서) 나름대로 적응을 못한 식물들은 고사하고, 이동을 조금씩 한 식물들은 살아남으면서 점점 (서식지) 분포를 북쪽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전남 해남군 일원의 배추밭을 찾아 호우 피해상황과 김장배추 작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전남 해남군 일원의 배추밭을 찾아 호우 피해상황과 김장배추 작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다만 배추와 같은 작물들은 기온 상승에 따라 농민들이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옮겨줘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야생생물들은 그런 과정(서식지 이동)을 통해 움직여 가고 있는데 인간이 길러주는 작물은 인간이 옮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농민들이 지난해처럼 (작황이) 잘될 줄 알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농사를 지었다가 작황이 영 좋지 않은 이런 일(배추 파동 등)을 계속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식지를 이동한 예로 최 교수는 대구 사과를 들었다. 그는 "사과는 원래 대구(특산품)인데, 지금은 강원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사과 작황이 제일 좋다"고 언급했다.

당장의 배춧값 파동보다 지구상 동식물이 모조리 멸종하는 '대멸종'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 교수는 내놨다. 대멸종은 빙하기, 소행성 충돌, 화산 분출 등으로 지구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생물종이 거의 동시에 멸종하는 것을 일컫는다. 6,600만 년 전 백악기 당시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이 사라진 게 총 다섯 차례 대멸종 중 마지막 대멸종이었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기온 상승 추세가 계속되면 100년 안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동식물들이 멸종하는 '6차 대멸종'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대멸종을 막기 위해 미래세대를 채권자, 현세대를 채무자로 규정하고 미래세대로부터 환경을 빌려 쓴다는 '차용증'을 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구 환경은) 내 것이 아니라 후손의 것이니 일단(환경 훼손)은 안 하고 못 하는 게 원칙"이라며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냥 (환경 훼손과 개발)하는 게 너무 당연하고, 그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거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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