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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노래' 부르던 오스트리아 극우, 총선 승리… "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

입력
2024.09.30 15:36
수정
2024.09.30 15:5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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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계열 극우 자유당, 총선서 제1당 차지
프랑스·이탈리아 이어 유럽 '극우 돌풍' 계속
과반 확보에는 실패… 연정 구성까지 '난항'

9월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을 승리로 이끈 극우 성향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가운데) 대표가 수도 빈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활짝 웃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9월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을 승리로 이끈 극우 성향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가운데) 대표가 수도 빈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활짝 웃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나치 계열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하며 제1당 자리를 거머쥐었다.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의 총선 승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 불고 있는 '극우 돌풍'에 오스트리아도 올라탄 모양새다.

"반이민·경제난 불만 부추긴 전략 성공"

9월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오스트리아 총선의 공식 예비 집계 결과, 자유당은 득표율 29.2%를 기록해 카를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 국민당(26.5%)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은 21%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득표율 29.1%·1위) 발표 직후 승리를 선언하며 "우리는 오늘 역사의 한 조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1956년 독일 나치 무장 친위대 출신 안톤 라인탈러가 창당한 자유당은 당초 비주류 정당이었으나 극단적 주장을 '톤 다운'하며 꾸준히 저변을 넓혀 왔다. "오스트리아를 게르만족의 요새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강력한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등을 주창하며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이민자 범죄를 부각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경제난에 대한 국민 불만 등을 부추기며 표심을 공략했던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9월 29일 수도 빈에서 이날 실시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 자유당은 출구조사 득표율 26.2%에 그쳐 극우 성향 자유당(29.1%)에 뒤졌다. 빈=AP 연합뉴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9월 29일 수도 빈에서 이날 실시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 자유당은 출구조사 득표율 26.2%에 그쳐 극우 성향 자유당(29.1%)에 뒤졌다. 빈=AP 연합뉴스

"인종차별 정상화가 평범한 일 됐다" 우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전역에서 반이민·포퓰리즘 전당의 지지율 급증 추세가 반영된 선거 결과"라며 "오스트리아 내에선 '역사적 지지'를 확보한 셈"이라고 짚었다. 네덜란드 자유당,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프랑스 국민연합(RN) 등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도 자유당 승리를 일제히 반겼다.

그러나 자유당 내의 '나치색'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과거 나치 친위대의 노래를 부르는 자유당 당원들의 모습이 최근 공개돼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파리드 하페즈 수석연구원은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자유당의 '유럽 내 이민자 강제 송환' 방침이 별다른 논란도 일으키지 않고 있다며 "극우 세력이 만들어낸 '인종차별 정상화'가 오스트리아 정치에서 평범한 일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정국 불안 요소도 남겼다. 자유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만큼, 집권을 위해선 연립정부를 꾸려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당이 '자유당 주도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연정 합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키클 대표에 대해선 "안보의 위협"이라며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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