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의사가 정신과 진료... 정신질환 있어도 매년 2800만건 진료·수술

연평균 의사 6228명 정신질환 진단
"의료인 자격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지난 6월 서울대병원에서 한 의사가 가운을 손에 들고 있다. 박시몬 기자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200명 넘는 의사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이들이 시행한 진료·수술 건수는 연간 2,800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 망상장애 등 판단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질환을 앓고 있는 의사들도 제재 없이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의사 자격검증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3년 연평균 기준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사는 6,228명, 이들이 시행한 진료와 수술은 2,799만 건이었다. 이 가운데 조현병·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의사는 연평균 54명이었고, 이들은 매년 15만1,694건꼴로 진료·수술을 했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의사는 연평균 2,243명, 이들의 진료·수술 건수는 909만5,934건이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의사가 정신과 환자를 보는 일도 흔했다. 5년간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의사 200명이 총 42만3,080건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했다. 조현병과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한 의사가 올해 1~7월 854건의 정신과 진료를 본 일도 있었다.

간호사도 2019~2023년 연평균 1만74명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여기엔 조현병 173명, 조울증 4,120명이 포함됐다. 이 기간 마약중독 진단을 받은 의사와 간호사도 각각 5명과 7명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정신질환자와 마약중독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지만, 실제 진단을 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자격 검증 절차가 없어 실질적인 면허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추 의원은 "이때까지 정신질환으로 의료인 자격이 취소된 건 2017년 한 번뿐이었고, 그마저도 조현병이 있는 간호사가 자진 취소를 요청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는 정신질환 진단 후 완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의료인 자격검증 절차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