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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이젠 계절 관계 없이 상시 유행?

입력
2024.09.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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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9월 초 선제적으로 대유행 경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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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왔다. 이와 함께 기온이 낮아지면 벌써 불청객 독감(인플루엔자)도 유행할 조짐이다.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는 2022년 9월 이후 유행 기준을 초과하여 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2023-2024절기(2023년 9월~2024년 8월) 시작부터 유행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최근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이 계절을 넘어 상시적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초 선제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19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동시 유행 가능성마저 있기에 기존 계절 인플루엔자 수준으로만 대응할 경우 300일 내 40%까지 감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종 인플루엔자를 유력한 차기 팬데믹 후보로 꼽았다.

◇감염률 높은 어린이… 5세 미만 합병증 위험 높아

인플루엔자는 대표적인 호흡기바이러스 질환으로, 다양한 바이러스 구조와 한 개체 내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 중복 감염 등으로 변이가 빈번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핵산 구성에 따라 A·B·C형으로 나뉜다. A, B형은 매년 항원 변이가 발생하여 인플루엔자 유행을 초래하고 있다. B형 인플루엔자는 사람에서만 전염되는 반면, 흔히 알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 포함돼 있는 A형 인플루엔자는 조류·돼지 등 포유류에서도 감염될 수 있고 항원 대변이가 흔하고 유행 빈도가 높다.

인플루엔자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이지만 아직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는 감염률이 높다. 5세 이상 어린이는 가족에게 독감을 전파할 위험이 높다.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어린이와 고령인과 같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더 치명적이다.

또 인플루엔자 환자는 증상 발현 1일 전부터 발병 후 5~7일 정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는데, 어린이나 면역 저하자는 증상 발현 10일 후까지 바이러스 전염을 시킬 수 있기에 유행 파급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인플루엔자 합병증은 폐렴을 비롯해 중이염·심장·중추신경계 등 다양하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5세 미만 어린이는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기에 더 주의해야 한다.

◇자녀 약 먹이기에 애타는 부모

인플루엔자 치료에 있어서는 조기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합병증 발생과 입원·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약을 매일 여러 차례 먹이는 일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어린이 치료에서 복약 순응도를 1일 2회 투여 시 70%, 4회 투여 시 20%로 추정한 연구 결과가 있듯이 어린이는 투여 빈도·기간 등에 따라 복약 순응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어린이가 먹기 쉬운 제형의 투여 횟수가 적은 인플루엔자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20년 만에 나타난 새로운 메커니즘의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마르복실)’가 등장했다. 1회 경구 복용만으로 1세 이상 영유아와 청소년, 성인에서 인플루엔자 A형이나 B형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신속히 완화할 수 있고, 바이러스 노출 후 예방 요법으로도 쓸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조플루자의 ‘현탁액 제형’이 국내에 나와 어린이 인플루엔자 치료 환경에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물에 녹는 과립제로 어린이가 기존 알약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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